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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면역

자율신경실조증과 면역

by 면역이야기 2025. 7. 4.

자율신경실조증에 걸리면 극도의 피곤함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유행이된 자율신경실조증 과 그 치료

요즘 병원에서 자율신경실조증이라는 진단이 자주 등장합니다. 흥미로운 건, 이 병에 대해서는 의사도 환자도 그다지 크게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환자는 증상이 실제로 고통스럽지만, 병명이라도 붙으니 안심하고, 의사는 특별한 치료 없이 경과를 지켜보자고 말하면서도 진료비는 정상 청구됩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이 병이 현대 의료계에서 서로가 가장 편안하게 합의할 수 있는 ‘진단명’이 되어버린 듯합니다.

 

그렇다고 자율신경실조증이 존재하지 않는 병이라는 말은 아닙니다. 분명히 존재합니다. 다양한 스트레스 상황, 만성 염증, 감염 회복기, 혹은 이유를 설명하기 어려운 전신 증후군에서 실제로 자율신경의 균형이 흔들리는 현상은 관찰됩니다. 문제는, 이 병이 너무 쉽게 진단되고, 너무 단순하게 설명되며, 거의 치료 없이 방치된 채 수익 구조에만 맞춰 사용되는 현실입니다.

자율신경실조증은 원인이 아니라 결과입니다

많은 설명에서 자율신경실조증은 마치 ‘몸이 망가지기 시작한 첫 징후’처럼 묘사되곤 합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 반대입니다. 자율신경이 스스로 무너진 것이 아니라, 면역계에서 유발된 염증 반응이 뇌와 자율신경계를 교란한 결과입니다.

면역계가 장기화된 스트레스나 미세한 감염에 과민반응하면서, IL-6, TNF-alpha, IL-1β 같은 염증성 사이토카인(cytokine)을 분비하고, 이것이 뇌의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HPA axis)에 영향을 미쳐 코르티솔 분비 리듬을 붕괴시킵니다. 그 결과로 심박 조절, 체온 유지, 위장관 운동, 수면 주기 등 자율신경이 관장하는 영역에서 이상이 발생하고, 우리는 이 전체 현상을 “자율신경실조증”이라는 이름으로 묶어 부르게 됩니다.

뇌는 면역을 높이지 않는다, 오히려 막는다

이쯤에서 중요한 질문 하나를 던져야 합니다.
“뇌는 면역계를 도우려는가, 아니면 방해하려는가?”

놀랍게도, 뇌는 대부분의 경우 면역을 돕지 않습니다.
오히려 뇌는 면역 반응이 자신에게 미칠까 봐 두려워하고, 그 반응을 차단하거나 억제하는 쪽으로 작동합니다.
이는 혈액뇌장벽(BBB), 항염증성 신경전달 물질, 코르티솔 분비, 미주신경 반사 등 다양한 방식으로 나타납니다.

뇌는 자신의 조직이 너무 민감하고, 손상되기 쉬우며, 재생 능력도 낮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면역계가 염증을 일으켜도, 그것이 뇌에 도달하지 않도록 자기중심적인 방어 전략을 펼칩니다. 이것이 바로 ‘이기적인 뇌’의 전형적인 모습입니다.

반대로, 면역도 자기중심적입니다

면역계는 전신의 항상성을 유지하려고 작동하지만, 그것이 어디까지나 ‘자신의 판단 기준’에 따라 작동한다는 점에서, 사실상 뇌 못지않게 이기적입니다.

위험 신호(PAMP), 손상 신호(DAMP), 그리고 스트레스에 대한 반응을 포착하면, 면역계는 전신적인 염증 반응을 유도합니다. 하지만 그 반응이 뇌를 자극하게 되면, 결국 자율신경계의 혼란, 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 심리적 불안정까지 유발됩니다. 이런 과정을 볼 때, 자율신경실조증은 면역과 뇌가 서로의 안전을 위협하면서 발생한 일종의 ‘충돌의 부산물’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문제는 이 충돌에서 뇌가 병들었다고 판단되어 치료가 시작되지만, 정작 면역을 높이려는 노력은 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회복은 뇌가 아니라 면역에서 출발합니다

많은 경우 자율신경실조증의 치료는 뇌의 상태를 진정시키는 데 집중됩니다. 이것이 나쁘다거나 필요 없다는 것은 절대로 아닙니다. 명상, 심호흡, 미주신경 자극, 코르티솔 조절, 수면 유도, 항불안제 투여 등은 모두 결과로 나타난 신경계의 과잉 반응을 눌러주는 방식입니다. 그리고 치료에도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그렇게 뇌를 ‘달래는’ 동안, 면역계는 여전히 염증성 사이토카인을 분비하고 있으며, 그 반응은 종종 더 깊은 만성화 단계로 진행됩니다. 회복의 시작점은 그래서 뇌가 아닙니다. 면역계를 조절하고 관리하고 몸 속의 염증유발물질을 청소하는 것,

즉, 장내 환경을 개선하고, PAMP·DAMP에 대한 과민반응을 줄이며, 불필요한 염증을 억제하고 회복성 면역을 강화하는 것이 먼저 이루어지거나 최소한 같이 이뤄져야 합니다.

그 결과로 코르티솔 리듬이 회복되고, 자율신경계의 균형도 자연스럽게 따라 회복되는 것이 순서입니다.

‘좋은 말’보다 ‘정확한 말’을 해야 할 때

“면역력이 약해서 자율신경이 망가졌다”는 말은 틀렸습니다.
“자율신경이 망가져서 면역이 약해졌다”는 말도 단순합니다.

실제는, 면역계가 무질서한 염증 반응을 일으켜 뇌에 영향을 주었고, 그로 인해 자율신경이 혼란을 겪게 되었다는 것이 훨씬 과학적인 설명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율신경실조증을 뇌의 질환으로만 이해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습니다.

이 병의 핵심은 면역과 뇌가 갈등을 겪는 과정에서 나타난 신경계의 기능적 붕괴이며, 그 갈등을 만든 주체는 면역계입니다.
따라서 치료 역시 면역 회복에서 출발해야 하고, 뇌는 그것의 결과로 치유될 뿐입니다.

결론: 면역의 방향을 바로잡는 것, 그것이 자율신경실조증의 본질적 치료입니다

자율신경실조증은 존재하는 병입니다. 하지만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 아무렇게나 설명되어도 되는 병은 아닙니다.
그 설명이 상업적이거나, 신경정신과적 프레임에만 갇혀 있다면, 환자는 정작 회복의 출발점인 ‘면역’에는 접근조차 못한 채, 다시 스트레스 조절과 진정 요법만 반복하게 됩니다.

이기적인 뇌와 이기적인 면역은 각자 자기 생존을 위해 충돌했고, 자율신경실조증은 그 충돌의 흔적입니다.
따라서 치료는 면역의 과민반응을 진정시키고, 뇌가 다시 평정심을 찾을 수 있도록 바탕을 마련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진정한 회복은 뇌가 아니라, 면역계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사족

종종 자율신경실조증에 걸린 사람들은 자율신경실조증이 나타나기 이전에 감염성 질병에 걸린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감염으로 인하여 강한 염증이 발생하고 이 염증이 뇌를 억제하는데, 뇌는 반대로 이러한 통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자율신경계를 이용해서 면역계를 억제하려고 합니다. 이 두가지 힘은 서로 충돌이 되고, 결과 점차적으로 뇌의 신체 통제능력이 약해지게 되고 그 결과 자율신경실조증으로 나타난다고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