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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면역

위험 이론 (Danger Theory): 면역세포가 진짜로 반응하는 기준

by 면역이야기 2025. 7. 6.

많은 사람들이, 면역은 'Self vs Non-self'라고 믿습니다

우리는 흔히 면역이란 외부에서 들어온 이물질을 막는 체계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면역을 말할 때, 면역계는 자기(self)는 공격하지 않고, 비자기(non-self)는 제거한다는 생각합니다. 
이 개념은 실제로 오랫동안 면역학의 중심 이론이었습니다.

 

 

프랭크 버넷

 

 

이 이론은 프랭크 버넷(Frank Macfarlane Burnet)이 1950년대에 제안한 '면역관용 이론(Clonal Selection Theory)'을 기반으로 정립되었습니다.


버넷은 면역계가 자기와 비자기를 구분하는 능력은 태생기에 학습되며,
자기 성분에 대해서는 면역 반응을 하지 않도록 ‘관용’을 형성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이론은 다음과 같은 현상들을 매우 잘 설명했습니다:

  •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 반응
  • 장기 이식 거부 반응
  • 백신을 통한 항체 형성

그 결과, 'Self vs Non-self'라는 구도는 면역의 작동 원리를 설명하는 표준 개념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지금도 많은 교과서에서 이 구조를 기본 전제로 삼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이론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것이 많습니다

현대에 들어 다양한 실험과 임상 결과가 쌓이면서, 이 고전 이론은 몇 가지 한계를 드러내기 시작했습니다.

  • 암세포는 자기 세포임에도 불구하고 면역계가 공격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 장내 세균은 분명 비자기이지만 대부분의 경우 면역계가 억제하고 있습니다.
  • 자가면역질환에서는 면역계가 자기 조직을 공격합니다.
  • 임신 중 태아는 비자기인데도 면역에 의해 배척되지 않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단순히 '내 것과 남의 것'을 구분한다는 설명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무언가 다른 기준이 면역 반응을 결정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새로운 기준: 위험 이론(Danger Theory)

폴리 매칭거, 위험이론을 처음 제시한 사람

 

1994년,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면역학자 폴리 매칭거(Polly Matzinger)는 기존의 개념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그녀는 면역계가 자기와 비자기를 기준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위험(danger)’을 인식해서 반응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Danger Theory입니다.

“면역계는 ‘이 물질이 어디서 왔는가’를 따지기보다,
‘이 상황이 위험한가 아닌가’를 기준으로 반응한다.”
— Polly Matzinger

즉, 세포 손상, 괴사, 스트레스, 감염 등의 위험 신호가 있을 때 면역계는 반응을 개시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면역계는 ‘경계 시스템’이자 ‘경보 체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손상된 세포가 보내는 경고 – DAMP

이론적으로 ‘위험’을 감지하는 물질로는 DAMPs (Damage-Associated Molecular Patterns)가 있습니다.
이는 다음과 같은 경우에 발생합니다:

  • 세포가 괴사하면서 내부 물질이 외부로 노출
  • 미토콘드리아 파괴, ATP 유출, DNA/RNA 누출
  • 조직의 물리적 손상이나 염증 반응

면역계는 이러한 신호를 TLR, NLR, RAGE 같은 수용체로 감지하며,
이후 염증 반응, 사이토카인 분비, 탐식작용이 일어나게 됩니다.


이 이론이 중요한 이유

위험 이론은 단순한 가설을 넘어, 다양한 면역 현상의 해석에 활용되고 있습니다:

  • 자가면역질환: 손상된 조직이 스스로 위험 신호를 방출하면서 면역 반응을 유도
  • 암 면역요법: 괴사하는 종양세포에서 나온 DAMP가 면역계를 자극
  • 백신 개발: 보조제(adjuvant)는 면역계를 깨우는 ‘가짜 위험 신호’를 유도함

즉, 위험 이론은 면역학, 종양학, 백신학, 자가면역학 등에서 실제로 적용되는 사고방식입니다.


결론: 면역은 위험을 감지하는 시스템입니다

면역은 단순히 적과 아군을 가르는 병사가 아닙니다.
면역계는 위험을 탐지하고, 그에 따라 반응하는 경보 장치에 가깝습니다.

이는 우리가 면역을 높인다는 말을 할 때도,
단순히 외부 침입자에 더 민감해지게 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상황을 위험으로 해석하게 만드는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뜻입니다.

음식, 장내 세균, 스트레스, 수면, 운동 등은 모두 이 '위험 감지 시스템'에 영향을 미칩니다.
따라서 진정한 면역 관리는 우리 몸이 무엇을 위험으로 인식하는지를 바꾸는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