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상과당(HFCS, High-Fructose Corn Syrup)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뜨겁습니다. 일부에서는 이를 ‘독극물’로 간주하며 극단적으로 경고하기도 하고, 액상과당이 술과 거의 같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면 막상 액상과당에 대해서 잘못 알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1. 액상과당은 순수 과당이 아니라, 절반은 포도당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는 것이 액상 과당이 과당 100%로 이루어졌다고 착각하는 것입니다. 실제로 하도 이상해서 연구원들에게 물어봤는데, 액상과당이 정말 과당으로만 이루어졌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니 youtube 에서 액상과당을 비판하는 글들이 이해가 되기 시작했습니다.
액상과당은 일반적으로 과당이 55% 들어 있습니다. 참고로, 과거 시럽이 주로 포도당으로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쉽게 말해서 전분을 분해해서 말토스까지만 분해디어도 충분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것은 한 가지 문제가 있었습니다. 바로 설탕보다 덜 달다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오랫동안 설탕과 유사한 맛을 가진 감미료가 필요했고, 그런 관점으로 탄생한 것이 액상과당입니다. 이름과는 달리 과당으로만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포도당을 효소처리로 과당으로 전환시켜 생산해서 과당 55%일 때 설탕과 가장 비슷하기 때문에 55% 제품이 팔리고 단 맛이 좋기 때문에 섭취량을 줄여서 먹을 수가 있습니다.
우리는 액상 과당이라고 하지만 영어로는 고과당 옥수수 시럽이며, 영어로는 High Fructose Corn Syrup 입니다. 줄여서 HFCS 라고 합니다.
즉, HFCS는 설탕과 대사적 차이가 크지 않으며, 섭취 후 빠르게 분리되어 거의 동일한 방식으로 대사됩니다. 따라서 “액상과당은 설탕보다 훨씬 위험하다”는 주장에는 과학적으로 근거가 부족합니다.
다만 HFCS는 가수분해가 필요 없는 '자유형 단당' 상태로 존재하기 때문에 흡수 속도가 더 빠를 수는 있습니다. 이 점이 포만감을 유도하기 어려운 점과 결합되어 ‘과식 환경’을 조성할 가능성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하지만 이것도 가능성의 이야기고, 실제 조사하면 설탕과 거의 같습니다.
2. 과당은 혈당을 급격히 올리지는 않지만, 지방으로 전환되기도 합니다.
과당은 혈당지수(GI)가 약 15~23으로 낮아, 섭취 후 혈당을 직접적으로 올리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액상과당은 포도당이 함께 포함되어 있어 GI가 약 60~68로 상승하며, 실제 혈당 반응은 설탕과 유사하며, 사실상 자료를 보면 동일한 수준입니다.
과당 자체는 간에서 빠르게 대사되며, 대사된 후 일부는 포도당으로 전환되고, 일부는 젖산이나 글리코겐으로 저장됩니다. 정상적인 섭취량(50g 이하/일)에서는 1~5% 정도만이 지방으로 전환됩니다.
그러나 과량 섭취 시 이 전환 비율이 20~30%까지 증가하며, 간 지방 축적과 인슐린 저항성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는 비알코올성 지방간 질환(NAFLD)이나 대사증후군의 중요한 경로입니다.
따라서 "과당은 혈당을 올린다"는 말은 정확히는 포도당 때문이고, 과당 자체는 혈당보다 간의 지방대사에 영향을 더 많이 미치는 물질입니다.
3. 액상과당과 설탕은 대사적으로 큰 차이가 없습니다.
앞서 설명했듯이, 액상과당과 설탕은 과당과 포도당의 혼합비가 비슷합니다. 설탕은 분자 구조상 과당-포도당이 결합된 이당류이고, 액상과당은 가수분해된 형태일 뿐입니다.
따라서 동일 열량, 동일 섭취 조건에서는 액상과당이나 설탕이나 체내 대사 경로, 체중 증가, 인슐린 반응 등에 큰 차이가 없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참고자료를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또한 많은 메타분석 연구에서도 열량이 동일하다면 과당, 포도당, 자당 간의 대사 차이는 크지 않다는 결과가 반복적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액상과당이 소비되는 식품의 종류와 섭취 방식에 있습니다.
과일 속의 과당은 섬유질과 함께 천천히 소화되지만, HFCS는 음료, 디저트, 정제식품에 포함되어 포만감을 유도하지 못하고 빠르게 흡수됩니다. 그 자체보다는, 과식 환경을 만드는 구조가 더 문제입니다.
4. 과당은 ‘지방을 저장하기 위한 신호’로 진화했을 수 있습니다.
과당은 단지 현대인의 적이 아니라, 과거 인류가 생존을 위해 활용했던 대사 연료일 수도 있습니다. 여름이나 가을철에 과일이 풍부한 시기에 인류는 과당을 섭취하면서 지방을 저장하고, 겨울철을 대비하는 생리적 적응을 만들어 냈을 가능성이 제기되어 왔습니다.
과당은 렙틴을 분비시키지 않아 포만감을 유도하지 않고, 인슐린 반응도 낮아 식욕을 유지시키는 효과가 있습니다. 이는 “에너지가 풍부할 때 많이 먹고 저장하라”는 생존 전략과 일치합니다.
따라서 과당은 일종의 ‘과식 신호’로 설계된 에너지원일 수 있으며, 문제는 그 환경이 지속적으로 유지되는 현대 사회에 있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사계절 내내 과당을 섭취할 수 있습니다. 생존을 위한 설계가 오히려 만성 질환을 유도하는 역설적인 구조가 된 것입니다.
결론
- 액상과당은 설탕과 본질적으로 거의 같으며,
- 문제는 종류가 아니라 섭취 방식과 환경입니다.
- 과당은 지방을 저장하라는 신호로 작동할 수 있으며,
- 일상적인 섭취량에서는 지방으로 거의 전환되지 않지만, 과량 섭취 시 간 지방 축적에 기여합니다.
- 우리 몸은 섭취량이 일정하다면 이를 잘 조절할 수 있지만,
- 문제는 그 양과 섭취 맥락이 이미 생리적 한계를 넘는 데에 있습니다.
참고자료
https://blog.naver.com/benemune/2239095905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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