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를 연구하는 사람들은 항상 사람들이 하루에 얼마나 많은 칼로리를 소비하는지 궁금해합니다. 그런데 이것을 측정하기가 좀 애매하고 어렵습니다.
우리가 하루에 사용하는 에너지량을 측정하는 방법은 크게 직접열량측정법과 간접열량측정법으로 나뉩니다.
직접열량측정법
직접열량측정법은 특수한 대사측정실(metabolic chamber) 내에서 대상자의 신체에서 발생하는 열(heat) 을 직접 측정하는 방법입니다.
간접열량측정법
간접열량측정법은 음식물의 대사로 소비되는 산소의 양과 이산화탄소의 생산량을 측정하여 에너지 소비량을 간접적으로 계산하는 방법입니다.
이 방법은 다시 두 가지로 나뉘는데,
- 이중표식수법(doubly labeled water method, DLW)
- 호흡기체 분석법(respiratory gas analysis)
입니다.
이 중에서도 이중표식수법(DLW) 이 에너지 소비량을 측정하는 가장 일반적인 기준 방법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중표식수법은 안정동위원소인 수소(²H) 와 산소(¹⁸O) 를 사용한 이중표식수(²H₂¹⁸O) 를 섭취한 후, 1–2주간 배출된 소변을 분석하여 이산화탄소 배출률을 산출하고, 이를 통해 총에너지소비량(TEE) 을 계산합니다.
간단히 말해, 보통은 산소 소비량과 이산화탄소 생산량을 호흡을 통해 측정하거나, 칼로리미터 안에서 물의 온도 상승을 측정하는 식이지만,
누가 봐도 불편하고 번거로운 과정입니다. 그래서 개발된 방법이자, 가장 정확한 것으로 알려진 방법이 바로 ‘이중표식수법’입니다.
이중표식수란
이중표식수란 물 분자 H₂O에 있는 수소와 산소를 모두 동위원소로 치환한 것을 말합니다.
이 두 동위원소는 [동위원소 측정장치에서 서로 구분되어 측정]될 수 있습니다.

이 방법이 사용 가능한 원리를 개발한 사람은 미네소타 대학 물리학과 교수 리프손(Lifson) 입니다.
그는 물리학자이자 생화학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갖고 있었고, 복잡한 대사 측정을 단순화할 수 있는 독창적인 방법을 고안해냈습니다.
그의 핵심 아이디어는 단순합니다.
우리 몸에 들어온 음식은 결국 이산화탄소로 분해되어 나간다는 사실입니다. 즉, 산소와 탄수화물이 반응해 CO₂가 만들어진다는 점을 이용한 것이죠.
이중표식수 원리
포도당이 분해되는 과정을 식으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C6H12O6 + 6O2 --> 6CO2 + 6H2O + Energy
하지만 이 식은 간략화된 표현일 뿐입니다.
사실은 다음과 같은 과정이 더 정확한 반응식입니다.
C6H12O6 + 6O2 + 6H2O--> 6CO2 + 12H2O + Energy
사실 이것도 이 식만 보면 그냥 그렇구나 싶지 왜 물의 소비가 이산화탄소로 전환되는지 알 수 없습니다. 이것은 화학식을 자세히 봐야 합니다.
원리를 길게 설명하면 너무 복잡하기 때문에 간단히 요약하면, 포도당이 분해되서 CO2로 분해될 때, CO2의 산소원자가 2개 중 하나는 물에서 온 것입니다. 이것은 사실 생화학을 잘 알아도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주 간단히 말해서 포도당이 분해되는 과정에서 항상 끝 부분이 COOH가 만들어지는 단계가 있습니다. 말단의 COOH가 CO2로 바뀌고 NADH가 만들어집니다. 그런데 이 COOH가 만들어질 때 물이 필요합니다.
이렇게 이산화탄소가 만들어지는 탄소에 물이 분해되어 산소가 결합하는 과정이 포도당 분해 과정에서 3번 있습니다.
하나는 해당과정 끝에 Glyceraldehyd-3-Phosphate (GAP)이 만들어진 이후에 Pyruvate로 전환되는 과정에 한 번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물의 산소가 CHO에서 COOH로 전환될 때, COOH에 포함된다는 것입니다.
그 다음에 이 pyruvate의 COOH는 acetyl-CoA가 되면서 떨어져 나갑니다.
그러면 Acetyl CoA는 TCA 회로에서 분해되는데 이 과정에서 물(H2O)이 필요합니다. 이 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시트르산은 isocitrate로 전환되는데 이 과정에서 물이 들어가고 다시 물이 빠져 나오는데, 이 물은 CO2와는 직접 상관은 없습니다. 하지만 빠져나간 물의 OH는 탄수화물에서 가지고 있던 것이지만 들어간 물의 OH는 원래는 수소만 있던 곳입니다. 바로 여기서 물이 한 번 더 들어가고, 이 물의 OH가 CO2로 빠져 나가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 물이 CO2로 전환되는 것입니다. 이것을 순차적으로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하지만 다음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빠져 나갈 때 앞에서 물이 분해되서 COOH가 된 부분이 CO2로 떨어져 나갑니다.

그런데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alpha-KG는 이미 COOH를 가지고 있는데 이것은 이때 COOH의 산소 하나는 앞 단계에서 물이 반응하면서 만들어진 것입니다.

이제 종합하면, 우리 몸에서 포도당이 분해되고 탄소에서 이산화탄소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우리 몸의 물 분자 하나씩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만약 우리 몸에서 물이 얼마나 빠져 나갔는지 알면 이산화탄소가 얼마나 만들어졌는지 알 수 있습니다. 즉 쉽게 말해서 수소는 물의 형태로만 몸에서 나가지만, 산소는 물과 이산화탄소 두 가지 형태로 몸에서 빠져 나갑니다.
그런데 우리 몸에서 물이 얼마나 빠져 나갔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있을 까요? 물론 소변이나 땀이나 모두 측정하면 되겠지만, 이것이 과연 측정이 가능할까요?
지금 생각하면 Lifson이 그래서 천재라고 생각됩니다. 아주 기발한 방법으로 측정이 되는데, 우리가 흔히 아는 물은 H2O인데 H 대신 중수소가 붙어있고 산소는 O16 대신 O18이 들어있는 물을 만들면 이것의 측정이 가능합니다.
이중표식수법의 핵심 원리
우리 몸에서 수소(²H) 는 오직 물(H₂O) 로만 배출되지만,
산소(¹⁸O) 는 물(H₂O) 뿐만 아니라 이산화탄소(CO₂) 로도 배출됩니다.
따라서
- ²H의 배출 속도 = 물 배출 속도
- ¹⁸O의 배출 속도 = 물 + CO₂ 배출 속도
이 됩니다.
두 배출 속도의 차이 = CO₂ 생성 속도, 즉 에너지 소비량의 간접 지표가 되는 것입니다.
아주 기발한 과학적 방법
이 방법은 동물 생태학에서 사용하는 ‘표식 회수법’과 유사한 개념입니다.
연못에 있는 물고기 수를 모를 때, 미리 표식을 한 물고기를 풀고 일정 시간 후 잡힌 물고기 중 표식 비율을 보면 전체 개체 수를 추정할 수 있듯이,
²H₂¹⁸O를 투여한 후 체내에서 빠져나간 비율을 분석하면 에너지 소비량을 간접적으로 계산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리프톤은 몸에서 빠져나간 물에서 중수소가 포함된 비율을 계산하면, 물이 얼마나 빠져 나갔는지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산소는 이산화탄소로 빠져 나간 부분이 있기 때문에 더 많이 몸에서 빠져나갑니다. 그리고 이 차이가 이산화탄소가 만들어진 양이라는 것입니다.

리프손 방법의 장점
이 방법이 개발된 덕분에, 우리는 복잡한 열 측정 장치 없이,
실험실 밖의 생활 환경에서도 에너지 소비량을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 자유로운 생활환경에서도 적용 가능
- 장기간 추적 가능 (수일 단위)
- 비침습적이고 인체에 부담이 적음
- 고정된 공간 없이도 정밀 측정 가능
리프손의 이중표식수법은 이후 비만 연구, 운동 생리학, 영양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히 활용되고 있습니다.
결론
리프손의 이론은 간단한 물의 동위원소 표지를 통해 복잡한 대사 과정을 추적하는 과학적 방법입니다. "몸이 에너지를 얼마나 소비하느냐"를 알고 싶다면, 이중표지 방법이 가장 정확한 해답을 줄 수 있습니다.
이처럼 과학은 우리의 일상을 이해하는 데 놀라운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TMI
이 실험법이 처음 개발되었을 당시에는, 70kg 성인 1명 기준으로 약 3억 원에 달하는 비용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안정동위원소의 가격이 급락하면서 1980년대에는 1% 이하의 비용으로 측정 가능해졌습니다.
- 1982년: 사람을 대상으로 한 첫 적용 사례 발표
- 1986년: 리프손, 해당 연구로 영양학계 최고 권위인 랭크상(Rank Prize) 수상
- 1988년: 그 공로를 남기고 타계
- 현재 미국 기준 비용: 1일당 약 80만 원 수준
참고자료
https://www.ncbi.nlm.nih.gov/books/NBK2337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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