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이제 단순한 고령화 국가를 넘어,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이 오래 사는 나라가 됐지만, 뇌의 건강까지 오래 유지되기는 어려운 일입니다. 특히 최근 발표된 「2023년 치매역학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65세 이상 인구 중 치매 유병률은 9.25%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2016년(9.50%)에 비해 소폭 감소한 수치이지만, 여전히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한국은 치매 유병률이 줄어들지 않을까요?
1. 인구 구조의 거대한 전환 – 베이비붐 세대의 노년기 진입
먼저, 단순히 노인이 많아져서 치매 환자도 증가하는 구조적인 요인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2023년 기준 65세 이상 인구는 약 946만 명, 전체 인구의 18.5%에 달합니다. 특히 65~69세 인구만 해도 328만 명으로, 2016년 대비 약 50% 이상 증가했습니다.
이는 바로 1차 베이비붐 세대(1955- 1963년생)가 본격적으로 노년기에 접어든 결과입니다. 이 세대는 앞으로 10-20년 사이에 치매 고위험 연령대에 진입하게 됩니다. 고령화의 절정이 이제 막 시작된 것입니다.
2. 고령화뿐 아니라 ‘고령 인구의 구조’가 문제입니다
재미있는 점은 단순한 노인 수 증가가 아니라, ‘어떤 노인들이 늘고 있느냐’가 문제라는 것입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치매 유병률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집니다.

- 여성 > 남성 (여성: 9.57%, 남성: 8.85%)
- 나이 많을수록 급격히 증가
- 65~69세: 4.99%,
- 75~79세: 10.7%,
- 85세 이상: 21.18% (여성 28.34%!)
- 교육 수준 낮을수록 치매 유병률 상승
- 무학: 21.3%, 고등학교 졸업: 2.6%, 대졸 이상: 1.4%
- 혼자 사는 노인일수록 치매 유병률 높음
- 독거가구 치매 유병률: 10.0%
즉, 고령자 중에서도 여성, 저학력자, 독거노인, 80세 이상 고령자의 비중이 많을수록 치매 유병률은 올라갑니다.
한국은 이 네 가지 조건을 모두 갖춘 노인 인구가 세계 어느 나라보다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3. 경도인지장애(MCI) 환자는 더욱 빠르게 증가 중
치매만 문제일까요? 아닙니다. 그 이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Mild Cognitive Impairment) 유병률은 2016년 22.25%에서 2023년에는 28.42%로 무려 6.17%포인트나 증가했습니다.
이는 조기 진단 활성화와 진단기준 정교화 덕분이기도 하지만, 치매로 진행 가능한 위험군이 매우 많다는 경고이기도 합니다.
게다가 2025년에는 경도인지장애 환자가 약 298만 명, 치매 환자는 97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계되고 있습니다.
중장기적으로 치매 인구가 2059년경 233만 명까지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와 있습니다.
4. 치매에 취약한 사회 구조 – 돌봄, 교육, 건강 격차
보고서는 다음과 같은 사회 구조적 요소들이 치매 유병률을 높이는 위험인자라고 지적합니다.
- 농어촌 지역 > 도시
- 읍·면 지역의 유병률이 동 지역의 두 배 가까이 높습니다.
- 교육 수준과 직결
- 고등교육을 받지 못한 노인의 치매 유병률이 월등히 높습니다.
- 만성질환, 우울, 청력·시력 저하
- 치매 환자는 일반 노인보다 만성질환 평균 5.1개, 우울 점수도 5.8점(전체 노인 평균 3.1점)으로 높습니다.
- 신체 기능 취약
- 시력·청력·저작능력 저하가 두드러져 일상생활의 인지적 자극 감소가 우려됩니다.
5. 예방적 개입이 늦어진 결과
사실 한국은 지난 10년 동안 치매 예방을 위한 정책을 꾸준히 도입해 왔습니다.
치매안심센터, 조기검진 프로그램, 장기요양보험 등은 분명한 성과를 냈습니다.
하지만 다음의 문제점도 여전히 존재합니다.
- 정책 체감도 낮음: 치매 환자 본인의 치매안심센터 인지도는 56.2%에 불과함
- 돌봄 부담 집중: 가족의 45.8%가 돌봄에 심한 부담을 느끼며, 그 중 경제적 어려움이 가장 큰 요인
- 지역 간 격차: 농촌 지역의 서비스 접근성과 질적 격차는 여전히 큼
이처럼 정책은 만들어졌지만, 아직 필요한 곳에 정확히 전달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결론: 한국은 치매에 취약한 사회입니다
한국의 치매 유병률은 단지 오래 살아서 높은 것이 아닙니다.
우리 사회가 오랫동안 방치해온 구조적 불균형과 격차가, 뇌 건강의 불균형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 빠른 고령화 속도
- 교육 수준의 세대 간 불균형
- 만성질환과 정신건강의 이중 부담
- 지역 간 의료서비스 격차
- 가족 중심의 돌봄 부담 구조
이 모든 것이 지금의 높은 치매 유병률을 설명해 줍니다.
앞으로 한국이 치매를 줄이기 위해서는 의료 정책뿐 아니라, 교육, 노동, 주거, 복지, 지역사회 복원력 등 전방위적인 접근이 필요합니다.
치매는 더 이상 병원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 모두가 함께 해결해야 할 미래의 사회과제입니다.
노인들의 치매의 원인을 살펴보면, 우리가 개선할 수 있는 부분도 많은 것 같습니다. 홀로 살지 않으며, 보살펴 드림으로서 치매의 가능성을 낮출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정서적인 건강을 유지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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