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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갑상선암 과잉진단 추이

by 면역이야기 2025. 7. 30.
갑상선 모양의 모형을 들고 있는 모습

 

최근 수십 년 동안 세계 여러 나라에서 갑상선암 진단 환자 수가 급증했지만, 사망률은 거의 변하지 않은 현상이 확인되면서 ‘과잉진단(overdiagnosis)’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갑상선 암으로 진단받은 사람중 사망자는 0.1~0.3%에 불과합니다. 

 

대표적으로 한국은 1993년부터 2011년 사이 갑상선암 진단 환자가 약 15배 증가해 세계 최고 수준이 되었는데, 증가한 환자 대부분은 크기 1cm 미만의 유두암이었습니다. 마찬가지로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를 포함해 미국·유럽 등 선진국에서도 초음파와 CT 등 검진 장비 확대에 힘입어 미세갑상선암 진단이 폭발적으로 늘어났습니다. 국제암연구소(IARC) 보고(2024)는 2013–2017년 전 세계 63개국에서 갑상선암 진단 환자 약 1,736,000명이 과잉진단된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과잉진단이란 환자의 평생 동안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을 암을 진단해내는 것입니다. 많은 연구가 갑상선암 진단 급증의 원인을 과잉진단에서 찾았습니다. 예를 들어 한국·일본·중국 연구에서는 1998–2012년 동안 갑상선암 진단 건수와 과잉진단 비율이 모두 크게 증가해, 특히 한국에서는 여성 기준 연간 신규환자율(조정환자율)이 46.7명(인구 10만 명당)에 달했고 이 중 95%가 과잉진단으로 추정되었습니다. 이처럼 검사와 생검의 문턱을 낮추면 작은 병변까지 발견되어 환자는 급증하지만, 이들 중 대부분은 평생 아무 문제가 없을 가능성이 큽니다.

“갑상선 암의 진단 건수는 수십 년간 급증했으나, 사망률은 거의 변화가 없었다. 이는 소형암 과잉진단이 주요 원인”.

사망률 변화와 시사점

갑상선암 진단 건수가 늘어난 것과 달리 사망률은 전반적으로 안정적이거나 감소 추세입니다. WHO 집계에 따르면 대부분 국가의 갑상선암 연령표준화 사망률은 100,000명당 1명 미만으로 매우 낮은 수준이며, 세계 여러 나라에서 장기적으로 감소해 왔습니다. 예를 들어 오스트리아·스위스·중국 등에서는 지난 30년간 눈에 띄는 사망률 감소가 관찰되었습니다. 반면 미국 등 일부 국가에서는 최근 사망률이 소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며, 이는 성인 이후 새로 생긴 고위험 암 증가나 위험요인(비만 등)일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이 같은 양상은 과잉진단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합니다. 일반적으로 암 진단이 늘어나면 치료로 사망률이 줄어야 하지만, 갑상선암의 경우 과거부터 사망률이 이미 매우 낮았고 검진 확대 이전에도 하향 추세였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미국 SEER 자료에서도 갑상선암 진단율은 급증했지만, 사망률은 오히려 지속적으로 떨어지다가 2013년~2017년 소폭 다시 오르는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대한갑상선학회의 자료는 “방사선이나 기타 위험인자 변화와 무관하게 30년간 대부분 국가에서 갑상선암 사망률이 감소했다”고 평가합니다. 결국 검진으로 조기 발견한 것이 사망률 감소에 기여한 것이 아니라, 진단되지 않았더라도 저위험 암은 자연경과가 좋아 이미 평균 수명이 연장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갑상선암은 양성 예후암이 대다수인데, 미국 예방의료태스크포스(USPSTF)는 “5년 생존율이 98%에 이르고, 특히 조기 국소암은 99.9% 생존율”이라며, 비증상 성인 대상 갑상선암 검진을 중단할 것을 권고한 바 있습니다. 또한 2015년 미국갑상선학회(ATA) 가이드라인은 1cm 미만 초소형 갑상선암에 대한 침생검(fine needle aspiration)을 금지하고, 저위험 미세암은 수술 대신 적극적 관찰(active surveillance) 을 고려하도록 권장했습니다. 이는 수술 후 발생 가능한 부작용(목 이물감, 합병증 등)과 삶의 질 저하 우려를 반영한 것입니다.

주요 국가·기관별 검진 가이드라인 변화

세계보건기구(WHO)·국제암연구소(IARC): WHO/IARC는 갑상선암 과잉진단 문제를 공식적으로 규정하지는 않았으나, 최근 글로벌 보고서에서 “전 세계적으로 2013–2017년간 약 170만 명의 갑상선암 환자가 과잉진단된 것으로 추정된다”며 경고했습니다. IARC는 이 연구를 바탕으로 갑상선암 관리·검진 전략의 재검토를 촉구하고 있습니다.

미국: 2017년 USPSTF는 비증상 성인을 대상으로 한 갑상선암 검진에 대해 “검진의 유익성보다 해가 크다”고 결론 내리며 강력히 권고하지 말 것을 권고(D그레이드)했습니다. 미국암연구소(NCI)도 환자용 정보에서 “갑상선암 검진은 사망률 감소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미국갑상선학회(ATA) 역시 2015년 지침 개정에서 1cm 미만 결절은 생검하지 않기를 권고하고, 진단된 저위험 유두암은 수술 없이 경과관찰할 수 있도록 제시했습니다.

한국: 한국은 갑상선암 급증 이후 국가 정책이 바뀌었습니다. 우선, 2016년 국가암관리사업의 권고안에서 갑상선암 검진은 일상검진 항목에서 제외되었습니다. 대한갑상선학회는 2016년에 갑상선암 지침을, 2023년에 갑상선 결절 관리 지침을 각각 개정하여, 소형 혹에 대한 세침흡인 생검 기준을 강화하고 저위험암에 대해 수술 대신 적극적 감시를 권장했습니다. 예컨대 2023년 KTA 가이드라인은 고위험군 정의를 명확히 하고(특히 유전성 병력 등), 위험도가 낮은 결절은 최소한의 중재만 하도록 권고하고 있습니다. 한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일본은 18세 이하 모든 아동을 대상으로 갑상선 초음파 전수검사를 실시했는데, 매우 높은 암 검출율이 보고되자 국내외 전문가들은 이를 과잉진단 사례로 지적하고 있습니다. 일본 학계에서도 향후 유사사건 발생 시 전수검진을 시행하지 말자는 의견이 제기될 정도입니다.

  • 주요 가이드라인 변화 요약:
    • USPSTF(미국, 2017): 증상 없는 성인 대상 갑상선암 검진 하지 말 것을 권고.
    • ATA(미국, 2015): 결절 크기 1cm 미만 시 침생검 금지, 초소형 저위험암은 적극 관찰 권장.
    • 국가암센터(한국, 2016): 갑상선암 일상검진 비권고.
    • KTA(한국, 2016→2023): 저위험 갑상선암 적극적 경과관찰, 스크리닝 대상 고위험군만 선별 지침 (2023년 개정판).
    • 일본: 후쿠시마 사고 시 아동 전수검사 실시 → 과잉진단 우려 제기 (향후 비슷한 경우는 선별 검사로 전환 권고).

가이드라인 변화의 진단·치료·사망률 영향

검진 권고 강화 이후 많은 나라에서 갑상선암 진단율이 정점에 이르렀다가 감소 또는 안정세로 전환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는 갑상선암 신규 진단 환자가 1999년 3,407명에서 2012년 44,748명으로 급증했다가, 2015년에는 25,523명으로 약 40% 감소했습니다. 이는 2012년 전후로 언론과 의료계에서 과잉진단 논란이 커지고, 병원들의 초음파 검사와 생검 기준이 강화된 결과로 해석됩니다. 마찬가지로 미국에서도 2010년대 중반 USPSTF 발표와 ATA 권고 이후 진단율이 정점을 찍고 하락세로 돌아섰습니다. 실제로 미국 여성의 갑상선암 발생률은 2013년 19/10만명에서 2017년 16/10만명으로 떨어졌고, 과잉진단 비율도 76%에서 68%로 감소했습니다.

한국에서 검진이 줄어들며 연관된 다른 변화도 나타났습니다. 우선, 갑상선암 수술 건수가 2013년 정점(약 40,889건)에서 점차 줄어 2020년에는 25,282건으로 감소했습니다. 이는 침생검 기준 강화와 저위험암에 대한 수술 기피 기조가 반영된 결과입니다. 실제로 2013년부터는 갑상선암 위험도에 따라 수술 여부를 결정하고, 미세암의 경우 대다수를 수술하지 않거나 일시 관찰하는 사례가 늘었습니다. 반면 방사성 요오드 치료는 2014년을 저점으로 소폭 증가 추세입니다.

진단·치료 감소에도 사망률 변화는 나라별로 엇갈립니다. 전통적으로 낮은 갑상선암 사망률은 대부분 국가에서 큰 변함이 없었지만, 최근 한국의 한 연구는 눈에 띄는 변화를 관찰했습니다. 2005년부터 2013년까지 한국의 갑상선암 특이 사망률은 점진적으로 감소(1.94→0.76/1000명·년)했으나, 2015년 이후 급격히 증가해 2018년에는 2.70/1000명·년으로 상승했습니다. 이는 갑상선암 진단이 줄어들던 시기와 맞물려 “고위험군이 진단·치료에서 소외되어 사망률이 높아진 게 아닌지” 우려를 낳습니다. 실제 해당 연구자는 “저위험암 과잉진단을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지만, 중증 갑상선암 환자를 놓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처럼 진단을 줄이면 본질적으로 사망률에는 영향이 크지 않으나, 과도한 억제로 인해 고위험 환자 관리에 문제가 생기면 사망률이 오히려 상승할 수도 있음을 보여줍니다.

 

새로 갑상선 암으로 진단된 환자와, 갑상선 암 수술을 받은 환자의 비율, 아직도 수술 환자가 많은 듯함.

 

 

최근 연구·데이터: 과잉진단 지속 여부

최근 학계는 과잉진단 문제가 여전한지 지속적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2024년 Lancet Diabetes & Endocrinology에 발표된 대규모 글로벌 연구에 따르면, 주요 선진국에서 전체 갑상선암의 68~78%가 과잉진단에 해당한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한국과 미국 모두 과잉진단 비율이 높았으나, 최근에는 소폭 하락했음을 보고했습니다. 미국 여성의 경우 과잉진단 비율이 2013년 76%에서 2017년 68%로 떨어졌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상당한 수준으로, 검진이 권장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전립초음파나 경부초음파를 통한 우발적 진단과 선택적 검진은 계속 이뤄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또 다른 연구(Thyroid 2020)도 전 세계적으로 갑상선암 사망률은 지속적으로 감소 중임을 밝혔습니다. 갑상선암 발병률 급증 전부터 이미 내원-치료 기술이 발달해 왔고, 아이오딘 결핍 개선 등으로 위험도 자체가 낮아진 점이 주요 원인입니다. 검진 확대가 사망률 감소에 별 기여를 하지 못했다면, 오히려 초음파 민간검사 확대로 늘어난 작은 암들이 삶의 질만 해치는 과잉진단이었을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의료 현장에서도 보다 신중한 접근이 강화되고 있습니다. 미국예방태스크포스의 D 권고와 마찬가지로, 당분간 비증상자 대상 갑상선암 선별검사는 피한다는 원칙이 유지되고 있습니다. 대신 갑상선 결절이 발견된 경우에는, 영상소견·위험요인 등에 근거해 침생검 기준을 높이고, 양성 혹은 극저위험 암에는 능동감시(active surveillance)를 택하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런 변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최신 연구들은 갑상선암 진단의 상당 부분이 불필요할 수 있음을 경고합니다.

한국의 갑상선 수술 건수 및 변화 추이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과잉진단 문제가 제기된 나라입니다. 한국중앙암등록본부(KCCR) 자료를 보면 1999년 3,408명이던 갑상선암 신규 환자가 2012년 44,748명으로 폭증했다가, 이후 점차 줄어 2020년에는 29,180명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눈여겨볼 점은 수술 건수 변화입니다. 2013년 갑상선 수술 건수가 40,889건으로 정점에 달한 뒤, 2020년에는 25,282건으로 감소했습니다. 즉, 진단 건수 감소와 발맞춰 수술도 크게 줄어든 것입니다. 이는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수술 기준을 강화하고, 미세암 환자를 감시관찰로 돌린 의료 전략의 결과입니다.

 

1999년부터 2022년까지 한국에서의 갑상선암 신규 발생 추이와 갑상선 세침흡인검사(FNA) 시행 건수 1999년부터 2022년까지 한국에서의 갑상선암 신규 발생 추이와 갑상선 세침흡인검사(FNA)의 시행 건수를 보여줍니다. 여기서 모든 FNA는 갑상선을 포함한 전체 장기에 대해 시행된 검사를 포함합니다. 2007년부터 2014년까지의 갑상선 FNA 시행 건수는 2015년부터 2021년까지의 자료를 바탕으로 추정하였습니다. 악성 위험도(ROM, Risk of Malignancy)는 전년도에 시행된 FNA 건수 대비 갑상선암 발생 건수를 백분율로 나타낸 것입니다. doi:  10.3803/EnM.2022.1586

  

실제 환자 치료 패턴도 바뀌고 있습니다. 한 대규모 연구에서는 2005–2018년 간 한국에서 진단된 갑상선암 환자 434,228명을 분석한 결과, 반(半)갑상선절제술이 2013년 이후 증가세로 돌아서 전체 수술에서 절반 이상을 차지했습니다. 또한 수술을 받지 않은 환자의 비율은 2005년 11.1%에서 2018년 14.9%로 상승했습니다. 방사성요오드 치료 비율도 2014년 이래 소폭 증가 추세를 보였습니다. 이런 변화들은 “한국에서 과거엔 매우 적극적으로 시행되던 갑상선암 수술과 치료가, 이제는 위험도가 높은 환자에게 선별적으로 적용되는 방향으로 재편되었다”는 사실을 뒷받침합니다.

 

하지만 갑상선암의 치명률은 약 0.1~0.3% 수준으로 환자 1,000명당 1~3명이 사망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수술이 증가하면 나머지 사람은 갑상선 없이 평생 고생해야 하므로 조심해서 결정해야 합니다. 아래 그림에서 80세 이상에서는 치명률이 높은데 갑상선암은 고령에서는 잘 걸리지 않는 암이라서 이 높은 수치가 큰 의미가 없습니다. 

 

Annual percentage changes (APC) in thyroid cancer (TC)-specific mortality rates per 1000 person-years by age group.

 

 

한편 경제적 측면에서는 의료비가 상승했습니다. 갑상선암 생존율은 매우 높아 꾸준히 향상되는 가운데, 수술·추적검사·약제 비용 부담은 반대로 커져 건강보험과 환자 모두에게 부담이 늘었습니다. 이는 많은 환자가 적극적 치료를 받다 오래 살게 된 결과이기도 합니다.

맺음말

지난 20여 년간 갑상선암의 진단·치료 패러다임은 극적으로 변화했습니다. 초음파 검사 등의 보편화로 미세암이 쏟아져 나오면서, 많은 나라가 과잉진단 문제에 직면했고, 그에 대한 정책적 대응이 이어졌습니다. 최근 국제·국내 연구들은 과잉진단으로 인한 불필요한 수술과 치료를 줄이려는 노력이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두고 있음을 보여주지만, 여전히 상당한 과잉진단이 지속되고 있음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고위험 환자를 놓치지 않으면서도 저위험암의 과잉진단을 억제하는 균형 잡힌 접근이 중요합니다. 세계보건기구 등은 이러한 노력들을 통해 “진단 건수는 줄어들어도 사망률 변화가 미미하다”는 사실이 입증되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결국 갑상선암 관리에서 핵심은 “어떻게 과잉진단을 막되 필요한 진단을 놓치지 않을 것인가”입니다. 일반인도 갑상선암 검진의 장단점을 이해하고, 의사와 함께 위험도를 충분히 상의한 후 검사·치료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 각국 보건당국과 의료계는 신뢰할 수 있는 통계와 임상 근거를 바탕으로 가이드라인을 지속 개선해 나가고 있습니다.

참고자료: WHO/IARC 보고서, USPSTF(미국예방의학) 권고, ATA·KTA 지침, 한국암등록통계, 학술연구 논문 및 언론 기사 등을 토대로 하였습니다.

 

tmi

참고로 이렇게 암으로 진단되지만 결국 사망에 영향을 주지 않는 99%의 암이 존재하기 때문에 곤도 마코토 같은 사람들이 암에는 착한암과 나쁜 암이 있다는 식으로 이야기 합니다. 국내에서 이를 비판하는 의사도 많지만 이것은 암치료를 하지 말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과잉진단의 이야기를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참고자료

https://doi.org/10.16956/jes.2024.24.2.31

 

International Journal of Surgery 110(9):p 5489-5495, September 2024. | DOI: 10.1097/JS9.00000000000017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