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면역기반 건강설계
생활면역

버터와 면역, 버터가 염증을 전혀 안 일으킨다고 말할 수 있나?

by 면역이야기 2025. 7. 9.

버터, 다시 식탁 위로

방탄커피, 최근에 건강에 좋다고 널리 유행하고 있다. 아마도 Fad 일 듯

저탄고지와 면역, 팔미트산의 이야기

한때 버터는 건강의 적이었습니다. 포화지방의 상징처럼 여겨졌고, 식단에서 가장 먼저 제거해야 할 대상이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분위기는 반전되었습니다. 지금은 “버터가 몸에 좋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늘어났고, 어떤 이들은 아예 버터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특히 저탄고지 식단을 실천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버터가 단순한 식재료를 넘어선 핵심 에너지원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흐름은 단순히 영양소에 대한 새로운 평가를 넘어, 과거에 포화지방을 지나치게 나쁘게 보았던 시각에 대한 반발도 포함하고 있습니다. 안셀 키스 이후의 시대, 지방에 대한 두려움은 오랜 시간 식단의 중심을 차지했지만, 오늘날에는 그 반대의 주장들이 유튜브와 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저는 이런 현상에 대해 마냥 비판적으로 보기보다는, 그 안에 어떤 과학이 들어 있고 또 어떤 오해가 섞여 있는지를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탄고지 식단과 버터의 부상

저탄고지(Low-Carb High-Fat) 식단이 지지받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혈당과 인슐린의 급등을 피하고, 대사적 유연성을 확보하며, 지방을 주요 연료로 사용하는 방식은 특히 체중감량과 인슐린 저항성 개선에 있어 일정 부분 효과가 입증되었습니다. 이 식단에서 버터는 아주 독특한 위치를 차지합니다. 탄수화물은 없고, 지방은 풍부하며, 천연 동물성 식품이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유당과 단백질을 제거한 기버터(ghee)는 소화가 용이하다는 이유로 더욱 선호됩니다. 지용성 비타민 A, D, K2, E를 포함하고 있으며, 소량의 중쇄지방산과 부티르산을 함유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됩니다. 저탄고지 진영에서는 이를 근거로 버터가 염증을 억제하고 뇌에 좋은 에너지를 공급하는 식품이라고 주장합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아침 식사 대용으로 알려진 버터커피(방탄커피)입니다. 블랙커피에 무염버터와 MCT 오일을 넣어 마시는 이 방식은 공복 상태에서도 에너지를 공급하고, 집중력을 높이며, 케톤 생성을 유도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팔미트산과 TLR4, 염증과 면역의 문제

그러나 버터에 들어 있는 지방산을 면밀히 들여다보면, 단순히 ‘몸에 좋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버터의 주요 지방산인 팔미트산(C16:0)은 면역학적으로 매우 흥미로운 물질입니다. 팔미트산은 포화지방산으로, 대사와 세포막 구성에 필수적이지만 동시에 염증 반응을 유도하는 역할도 할 수 있습니다.

우리 면역계에는 TLR4(Toll-like receptor 4)라는 수용체가 있습니다. 이 수용체는 원래 박테리아의 내독소(LPS)를 인식해 선천면역을 활성화하는 장치로 알려져 있지만, 과도한 지방산, 특히 포화지방산에 의해서도 자극을 받을 수 있다는 연구가 다수 보고되었습니다. 

초기에는 팔미트산이 TLR4-MD2 복합체에 직접 결합해 수용체를 활성화할 수 있다고 여겨졌지만, 지금은 직접 결합보다는 간접적인 메커니즘이 더 타당하다는 쪽으로 기울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팔미트산은 세포막의 지질 뗏목 구조(raft domain)를 재배열해 TLR4가 clustering되기 쉬운 환경을 만들거나, 세포 스트레스를 유도해 DAMPs(위험신호물질)가 분비되도록 함으로써 간접적으로 TLR4 신호를 증폭시킨다고 이해되고 있습니다.

즉, 팔미트산은 LPS처럼 직접적인 리간드는 아니지만, 염증 반응을 유도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능력이 있습니다.

이런 작용은 상황에 따라 이중적입니다. 전염병이 흔하고 면역 반응이 반드시 필요한 환경에서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감염보다 만성염증이 더 큰 건강문제가 된 현대 사회에서는 오히려 해로운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버터가 가진 양면성

버터는 팔미트산 외에도 다양한 성분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소량의 부티르산은 장내 염증을 억제하고 장벽을 강화하는 역할을 할 수 있으며, 올레산은 불포화지방산으로 TLR4 신호를 억제하는 가능성이 보고된 바 있습니다. 목초 사육한 소의 우유로 만든 버터에서는 CLA, 비타민 K2 같은 항염 물질이 조금 더 풍부하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팔미트산과 미리스트산 같은 포화지방산은 대사성 염증(metaflammation)을 유도할 수 있으며, 고칼로리 식품으로서 체중 증가와 인슐린 저항성의 위험 요소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오메가-3 지방산이 좋다고 말하는 이유는 단순히 그것이 ‘식물성’이기 때문이 아니라, TLR4와 같은 면역 경로를 억제하여 염증 반응을 낮추는 작용 때문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팔미트산과 오메가-3는 정반대 방향에서 작용하며, 둘 다 ‘좋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감염 상황에서는 팔미트산의 면역 자극이 유익할 수 있고, 비감염 상태에서는 오메가-3의 항염 효과가 바람직할 수 있습니다.

결론

버터를 어떻게 평가할지는 결국 먹는 양과 전체 식단의 맥락에 달려 있습니다. 버터는 나쁘지도 않고, 만병통치약도 아닙니다. 과거보다 항염·항산화 식품이 많아지고, 식이섬유 섭취도 늘어난 오늘날이라면, 소량의 버터를 사용하는 것이 반드시 해롭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저탄고지식에서 말하듯이 버터를 하루 에너지의 중심에 놓고, 그것이 면역과 뇌 기능을 향상시킨다고 말하는 주장은 과학적 근거가 충분하지 않습니다. 특히 팔미트산의 TLR4 자극 특성을 고려한다면, 염증성 질환이나 대사질환이 우려되는 경우에는 섭취에 신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건강이란 단일 식품이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식단 전체의 구조와 맥락이 조화를 이룰 때 비로소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버터는 문제의 원인이 아닐 수도 있지만, 그것이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사용되는지는 반드시 따져봐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맞는 식단을 먹어왔고, 그것에 맞춰져 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해외에 이민을 가더라도 말은 잊어버리고, 옷과 삶의 방식은 바꾸더라도 음식을 쉽게 바꾸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도 개개인 마다 다르듯이 버터가 어떤 사람에게는 적절할 수도 있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지나치게 섬유소도 없는 칼로리 폭탄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것도 역시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적당히 드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다만 과거처럼 항산화 식품이나 항염식품을 많이 먹지 못한 시대 보다는 훨씬 우리가 건강하기 때문에 버터에 대한 두려움을 가질 필요는 없고, 반대로 현대인의 식단을 너무 믿고 지나치게 섭취해서도 안 된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