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의 전립선 암 통계

이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의 전립선 암은 증가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20년 동안 전립선암의 발생률은 10배, 사망률은 약 4배 증가했습니다. 이것은 인구가 고령화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며, 보통 암발생율이 증가했다고 말할 때는 나이보정을 해야 하는데, 논문에서는 나이보정을하지 않은 자료 밖에 없었습니다. 즉 우리나라는 환자라고 생각되는 사람들이 주로 검진했고, 그 결과 나이가 들어가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환자가 증가했습니다.
한국에서 전립선암은 왜 ‘늦게’ 잡힐까?
현재 국가 암 검진 항목에는 PSA(전립선특이항원) 검사가 빠져 있습니다. 실제로 40세 이상 남성 가운데 PSA를 한 번이라도 받아 본 비율은 10%도 되지 않습니다. 검사를 받지 않으니 암은 대개 배뇨 장애나 허리·골반 통증 같은 증상이 뚜렷해진 뒤에야 발견됩니다. 이 때문에 국내 신규 환자 가운데 10%가 이미 원격 전이, 24%는 국소 진행 단계로 진입한 상태에서 진단된다는 통계도 나옵니다.
“검진을 늘리면 생명을 구할까?”
무작위 대조시험(ERSPC) 13년 추적 결과를 보면, 평균 위험군 남성 1,000명을 10여 년 동안 주기적으로 검사했을 때 전립선암 사망은 1명이 줄고, 뼈·림프절 전이는 3~5명이 줄었습니다. 분명 ‘이득’은 존재하지만 절대 숫자가 크지 않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반면 같은 검진에서 20~50명가량이 임상적으로 무해할 암을 ‘환자’로 진단받았습니다. 근치적 절제술을 받으면 40% 안팎이 요실금이나 발기부전에 시달리고 30일 내 사망률도 0.5% 정도 됩니다. 즉, 사망자 1명은 줄었지만 위양성으로 인하여 20~50명이 피해를 입었다는 것입니다. 작은 이득을 얻기 위해 상당한 부작용과 과잉치료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셈입니다.
이 문제 때문에 우리나라는 조기진단을 권장하지 않습니다.
참고로, 유럽과 미국에서 약간 입장이 다릅니다.
미국 USPSTF: “55~69 세, 결정은 각자의 몫”
미국 예방 서비스 실무그룹(USPSTF)은 2018년 개정판에서 **55~69 세 남성에게 PSA 검진을 ‘개별적(shared) 결정’**으로 두었습니다. 70 세 이상은 여전히 권고하지 않습니다. 근거가 된 대형 연구 두 가지가 서로 상반된 결과를 냈기 때문입니다―미국 PLCO 시험은 생존 차이를 못 찾았고, 유럽 ERSPC는 사망률을 20 % 줄였으나 절대 효과는 1,000명당 1명 이하였습니다.
USPSTF 핵심 메시지
― “한 명을 살리려면 수백 명이 과잉진단·치료를 겪는다. 숫자를 확인하고 스스로 결정하라.”
미국 AUA 2023: “검사는 하되, 맞춤형으로”
미국비뇨기과학회(AUA)는 2023년 가이드라인에서 50-69 세 남성에게 2-4년마다 PSA 검사를 제안하되, 다음을 새롭게 강조했습니다.
- 고위험군 선별 – 가족력, BRCA2 변이가 있으면 45 세부터 논의.
- PSA 상승 → 바로 조직검사 X – 먼저 다중채널 MRI로 위험도를 다시 확인.
- Gleason 6 이하 저위험암 – 적극적 감시(active surveillance)를 1차 옵션으로 권고.
검진으로 생기는 ‘잉여 진단’을 MRI·감시 전략으로 최소화하겠다는 접근입니다. 여기서도 과잉진단을 우려해서 무조건 치료하기 보다는 적극적인 감시가 권장됩니다.
유럽 EAU 2025: “40대 초반 PSA로 평생 위험을 가늠”
유럽비뇨기과학회(EAU)는 2025년판에서 “40~45 세에 한 번 PSA를 측정해 1.0 ng/mL 미만이면 8년 뒤 다시 검사”라는 리스크 기반 스크리닝을 권장합니다. 검사를 허용하지만 ‘저위험자는 긴 간격, 고위험자는 집중 관리’로 과잉진단을 줄이는 설계입니다. MRI·유전자 패널을 결합해 ‘누가 치료가 필요한 암을 갖고 있는지’부터 거르자는 흐름도 강해졌습니다.
영국 NICE: “전 국민 검진은 없다”
영국 NICE와 NHS는 여전히 국가 차원의 PSA 스크리닝을 시행하지 않습니다. 의사가 장단점을 설명한 뒤, 원한다면 개인 요청으로 검사하는 방식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고위험군은 얼마나 될까?
직계 가족에게 전립선암 병력이 있는 남성은 전체 인구의 3% 남짓이고, BRCA2 같은 고위험 유전자 변이를 지닌 비율은 1%도 되지 않습니다. 숫자만 보면 “검진을 돌려서 얻을 실익이 크지 않다”는 주장이 설득력 있어 보입니다. 그런데 75세 이상 남성의 비중이 빠르게 늘고 있다는 점을 잊기 쉽습니다. 전립선암 신규 환자의 30%는 이 고령층에서 나오고, 이 연령대에서는 병기가 높고 전이 위험이 큽니다. 그런데 75세 이상에서는 오히려 진단을 하지 않는 이유는 그 나이는 다른 원인으로 사망할 가능성이 더 높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암으로 진단되기 전의 조기 검진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현실적인 균형점 ― ‘맞춤형 3단계’
- 내 위험 점검: 가족력·BRCA2 변이 가 있다면 PSA 검사를 한 번쯤 고려하는 편이 이득이 큽니다.
- 검사 이후 전략: PSA가 높게 나오면 바로 조직검사로 달려가지 말고 mpMRI를 먼저 찍어 의미 있는 병변이 있는지 확인합니다. 이 과정을 거치면 불필요한 생검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연구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 적극적 감시: Gleason 6 이하의 저위험암은 3~6개월 간격으로 PSA와 MRI를 보면서 지켜보다 필요할 때 치료로 전환하는 ‘적극적 감시(active surveillance)’가 이제 표준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과거 과잉진단 논란

핀란드의 자료이긴 하지만, 위의 결과를 보면 1970년대 부터 1995년까지 조기진단으로 상당히 많은 건수의 조기 암을 진단했는데 사망률이 바뀌지 않았습니다. 이 말은 뭘까요? 그것은 새로 발견한 암이 사실 암이 아닐 수 있다는 말입니다. 즉 어떠한 조치를 해도사망률이 증가하지 않았으므로 나쁜 암은 못 고친다는 말이 나온 것이고, 조기 진단으로 발견된 암의 상당수는 진단되지 않았다면 치료받지 않았을 것이고 이들 중 상당수는 어차피 진짜 암이 아니었다는 말입니다.
대략 1995년 이후 사망률이 개선되는데, 이때부터 뭔가가 개선되었는데, 아마도 치료가 개선되었을 수도 있지만, 사실 잘 모른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이유를 잘 모른다는 주장은 길버트 웰치가 대표적입니다.)
하여튼 분명한 것은 위의 그래프의 앞 부분에서 과잉진단이 이루어졌고, 특히 그 과잉진단으로 인하여 삶이 불편해진 사람이 상당히 많았다는 점입니다.
글을 맺으며
나이를 빼고 보면 고위험군이 많지 않은 것은 사실입니다. 그래서 평균 위험군 남성에게 PSA 검진을 “반드시 받아라”라고 말하기도, 반대로 “받아 봐야 소용없다”라고 잘라 말하기도 어렵습니다. 중요한 것은 ‘내게 돌아올 절대 이득이 감수할 해보다 큰가’를 스스로 따져 보는 과정입니다.
- 가족력·유전 변이가 있거나 고령이라면, 작은 이득이라도 생명을 구하거나 고통을 줄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 평균 위험군이라면, 검진 뒤 따라올 숫자―사망 예방 1명 vs 과잉진단 20명―를 듣고 스스로 결정해도 늦지 않습니다.
- 어떤 선택을 하든, mpMRI·적극적 감시 같은 최신 프로세스를 활용해 과잉치료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마십시오.
결국 “무증상 검진의 가치는 제로”라는 단정도, “안 받으면 큰일 난다”는 공포도 모두 과장입니다. 숫자와 개인의 가치관, 그리고 한국의 현실적 의료 환경을 함께 놓고 저울질할 때 비로소 균형 잡힌 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사실 관점에 따라서 의견도 다르며, 앞으로 치료률이 높아지면 진단의 필요성도 더 높아질 것입니다. 즉 발견만 하면 치료할 수 있고 부작용이 적다면 조기검진이 당연히 권장될 것입니다. 하지만 치료가 잘 안되고 피해가 크다면 조기검진의 과잉진단 위험성을 생각하면 안 하는 것이 나은 선택이 될 것입니다.
만약에 저에게 묻는다면 저는 증상이 없다면 전립선암의 조기검진은 안 할 계획입니다. 다만 여러분이 제 의견에 따르라고 말씀드리지는 않습니다. 의사랑 상의하세요. 그리고 앞으로 몇년 지나서 치료법이 매우 좋아지고 제 경제력이 나아지면 그때 제 생각은 변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