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이언 완싱크(Brian Wansink)]는 한때 음식 섭취와 환경적 요인을 연구하는 혁신적인 학자로 주목받았습니다. 그의 연구는 대중에게 다이어트와 식습관 개선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제공했으며, 그의 저서 『나는 왜 과식하는가(Mindless Eating)』는 베스트셀러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 책은 국내에서도 번역이 되어 ["나는 왜 과식하는가?"]라는 책으로 번역되었고, 그의 다음 저서인 Slim By Design은 국내에서 [슬림 디자인]이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었습니다.
완싱크의 주장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것이 음식을 큰 그릇에 담으면 더 살찌기 쉽다는 것입니다. 사실 그의 주장은 영양학과 다이어트에 대해서 조금만 알면 매우 이상한 결론이라는 것을 알았을 것 같은데, 참 세상은 단순합니다. 인간은 처음에는 그런 그릇에 영향을 받겠지만, 실제로 보면 인간의 체중은 매우 안정적으로 유지됩니다. 그래서 이러한 단순한 아이디어로 살을 뺀다는 것은 거의 헛소리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이것과는 달리, 2018년, 그의 연구가 데이터 조작과 비윤리적인 연구 관행으로 밝혀지면서 학계와 대중의 신뢰를 한순간에 잃었습니다. 완싱크의 비리는 어떻게 밝혀졌을까요? 오늘은 그 과정을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1. 첫 번째 신호: 자신의 블로그에 실수로 올린 글(2017년)
완싱크의 비리는 그가 2017년 자신의 연구 방법론을 블로그에 게시하면서 처음 불거졌습니다. 그는 블로그 글에서 연구팀에게 특정 결론을 얻기 위해 데이터를 여러 방식으로 분석하도록 지시했던 사례를 자랑스럽게 기술했습니다.
말만 들으면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통계를 몰라도 통계분석이 어떤 절차로 되는지 아는 사람이라면 이 말을 듣고 섬뜩할 겁니다. 이 내용에 대해서는 앤서니 워너의 비만 백서에 자세히 나옵니다. 이 부분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2016년 완싱크는 자신의 블로그에 "거절하는 법이 없는 대학원생" (The Grad Student Who Never Said No) 라는 제목의 글을 하나 올렸습니다.
완싱크와 그의 연구팀은 '먹을 만큼 먹는 이탈리안 레스토랑(all-you-can-eat Italian restaurant)'에서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이 실험의 초기 목표는 가격이 음식 섭취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는 것이었습니다.
- 가설: 음식값이 절반으로 할인되면, 고객의 섭취 행동(얼마나 먹는지, 음식 평가 등)이 달라질 것이다.
- 설계:
- 한 그룹은 정상 가격을 지불하고 음식을 섭취.
- 다른 그룹은 할인된 절반 가격을 지불하고 음식을 섭취.
- 각 그룹의 음식 섭취량, 만족도, 음식 평가를 측정.
완싱크는 가격 조건이 고객의 행동에 직접적인 변화를 줄 것이라 기대했지만, 실험 결과는 예상과 달랐습니다. 고객들의 섭취량이나 음식 평가에서 뚜렷한 차이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여기서 그는 연구가 값비싼 실패로 끝나고 멈춰야 하는데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처음 가설을 버리고 이 실험결과를 설명할 수 있는 새로운 가설을 찾아내 보라고 대학원생에게 지시했습니다.
완싱크는 이 과정을 블로그 글에서 이렇게 묘사했습니다:
"우리는 데이터를 한 번 더 살펴봤고, 결국 여러 흥미로운 결론을 도출해냈다."
이 과정에서 해당 대학원생은 데이터를 다각도로 분석한 끝에, 실험 결과를 활용해 무려 3편의 논문을 작성했습니다.
- 결론 도출:
- 고객의 섭취량과 음식 평가 간의 상관관계.
- 음식값과 만족도의 다른 패턴.
- 섭취 행동과 관련된 다양한 통계적 결과.
블로그 글은 열정과 노력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작성된 것이었지만, 학계에서는 이 글이 완싱크의 데이터 조작과 비윤리적 연구 관행을 스스로 드러냈다고 비판했습니다. 그가 이 글을 올리자, 많은 사람들이 이를 비난하는 댓글을 달았습니다. 언듯 보면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사실은 매우 심각한 연구윤리 부정이 포함되었다는 사실을 그가 너무 무시한 것 같습니다.
문제점: 윤리적 기준을 벗어난 연구
완싱크의 연구 방식은 학계에서 금기시되는 여러 문제를 내포하고 있었습니다.
1. p-hacking 의혹
p-hacking은 데이터를 반복적으로 분석해 유의미한 결과를 억지로 찾아내는 방식입니다. 이는 연구자가 가설을 사전에 명확히 설정하지 않고, 데이터에서 의미 있는 패턴을 무작위로 탐색하는 방식으로, 과학적 신뢰도를 크게 떨어뜨립니다.
2. 가설의 사후 변경
초기 가설과 일치하지 않는 결과가 나오자, 데이터를 재분석해 새로운 결론을 끌어낸 점은 심각한 문제입니다. 이는 연구 결과의 타당성을 훼손할 수 있는 행위로 간주됩니다.
통계를 모르는 사람은 이렇게 해도 되는 줄 아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우리가 어떤 가설을 세우고 실험하고 결과를 낸 것이 아니라, 실험을 무작위로 하고 가설을 찾는 방식으로 자료를 살펴보면 p값 0.05라는 것은 이러한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5%라는 의미입니다. 이것은 조사하는 변수가 20개면 한 개는 p.0.05 이하의 값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종종 제약회사가 임상시험이 실패한 후에, 어떤 소그룹에서는 결과가 나왔다고 변명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러한 분석을 믿고 다음에 임상하면 성공하겠지 하면 안 됩니다. 왜냐하면 이러한 사후 분석은 정당성이 없기 때문에 미리 계획된 분석이 아니었다면, 결코 신뢰해서는 안 됩니다.
3. 다중 논문 도출
하나의 데이터셋에서 여러 개의 논문을 무리하게 작성하는 관행도 비판받았습니다. 이는 연구 윤리에서 중요한 독창성과 데이터 활용의 정당성을 침해하는 것으로 간주됩니다. 이것을 우리나라에서는 자기표절이라고 부릅니다.
이 블로그 글은 그의 동료 학자들과 데이터 윤리 전문가들의 주목을 받았고, 완싱크의 연구 방법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기 시작했습니다.
2. 철저한 재분석과 검증 요청
완싱크의 연구 논문들 중 일부는 이미 학계와 대중에게 큰 영향을 미쳤기 때문에, 의혹이 제기되자 여러 독립적인 연구자와 데이터 과학자들이 그의 연구를 검토하기 시작했습니다. 완싱크의 논문에 사용된 데이터를 재분석한 결과, 여러 문제점이 드러났습니다.
비일관된 데이터: 일부 데이터가 통계적으로 일관성이 없거나, 실제 실험 조건과 맞지 않는 경우가 발견되었습니다.
결론 왜곡: 데이터 자체는 특정 결론을 지지하지 않았지만, 이를 왜곡해 논문에 실었다는 정황이 드러났습니다.
3. 학계의 조치: 논문 철회
2017년 말부터 2018년까지, 완싱크의 논문들 중 여러 편이 철회되기 시작했습니다.
- 철회된 논문들: 총 15편 이상의 논문이 철회되었습니다.
- 철회 이유로는 데이터 조작, 연구 방법의 비윤리성, 통계적 오류 등이 있었습니다.
- 철회된 논문 중 일부는 식습관과 다이어트 정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던 연구들로, 대중과 정책 입안자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 대표적 철회 논문:
- 사람들이 큰 그릇에 음식을 담으면 더 많이 먹게 된다는 연구.
- 학교 급식에서의 음식 배치가 학생들의 섭취량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
4. 내부 조사: 코넬대학교의 대응
완싱크는 당시 코넬대학교 식품 브랜드 연구소(Food and Brand Lab)의 소장이었습니다. 논란이 커지자 코넬대학교는 내부 조사를 실시했습니다.
- 조사 결과 발표: 코넬대학교는 완싱크가 연구 윤리를 위반했고, 데이터 조작이 있었다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확인했습니다.
- 해임 조치: 2018년, 코넬대학교는 완싱크를 교수직에서 해임하고, 연구소 소장직에서도 물러나게 했습니다.
5. 학계와 대중의 반응
완싱크의 연구는 대중적이고 실용적이었기 때문에, 그의 비리가 밝혀지자 많은 이들이 실망을 표했습니다.
- 학계의 반응:
- 완싱크의 연구는 식품 정책, 다이어트 산업, 공공 보건 분야에서 광범위하게 인용되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신뢰가 깨지면서 이 분야에 대한 학계의 신뢰성도 타격을 받았습니다.
- 그의 연구를 기반으로 한 후속 연구와 정책들이 재검토되기 시작했습니다.
- 대중의 반응:
- 그의 저서와 연구에 영향을 받은 사람들이 그의 방법론과 결론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6. 완싱크 비리가 주는 교훈
브라이언 완싱크 사건은 연구 윤리와 투명성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기록됩니다. 이 사건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윤리적 연구의 중요성
연구자는 과학적 사실을 탐구하고 이를 정확히 전달할 의무가 있습니다. 특정 결론을 지지하기 위해 데이터를 조작하는 것은 학문적 신뢰를 파괴합니다.
2) 대중적으로 인기 있는 연구일수록 더 철저한 검증이 필요
완싱크의 연구는 대중적인 흥미를 끄는 주제였지만, 과학적 근거가 불충분했습니다. 인기와 신뢰는 별개라는 점을 보여줍니다.
3) 비판적 사고의 필요성
대중과 학계 모두 연구 결과를 비판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유명한 연구자나 책일지라도 그 내용이 항상 옳다고 믿어서는 안 됩니다.
결론: 브라이언 완싱크의 추락
브라이언 완싱크는 한때 식습관 연구의 선구자로 칭송받았지만, 연구 윤리와 데이터 조작 문제로 인해 그의 명성과 영향력이 크게 추락했습니다. 그의 사례는 과학적 연구에서 신뢰와 윤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경고 신호로 남았습니다.
비록 그의 연구가 실용적이고 흥미로웠을지 모르지만, 학문적 신뢰성이 없는 연구는 결국 무너질 수밖에 없습니다. 완싱크 사건은 대중과 학계 모두가 과학적 사실을 더욱 신중하고 비판적으로 받아들여야 함을 일깨워줍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에 이 사람의 책을 번역한 사람들의 용기는 참 대단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