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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셀 키스가 말한 포화지방산이 심장병의 원인이라는 주장은 틀렸는가?

by 면역이야기 2025. 9. 7.

 

포화지방, 심장병, 그리고 우리가 놓치고 있는 맥락

최근 건강 커뮤니티나 유튜브에서 자주 언급되는 인물 중 하나가 바로 안셀 키스(Ancel Keys)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를 향해 "지방 공포를 퍼뜨린 장본인", "영양학을 망친 사람"이라고 비판합니다. 실제로 지금은 저탄고지(LCHF) 진영을 중심으로, 그가 제시한 '포화지방=심장병'이라는 가설을 비웃는 분위기도 있습니다.

 

하지만 정말 그렇게 단순히 잘못된 이론을 펼친 사람이었을까요? 혹시 우리는 시대와 맥락을 무시한 채 한 과학자를 너무 쉽게 비난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포화지방은 언제부터 문제가 되었을까?

1950년대, 미국에서는 심장병 사망률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과학자들은 그 원인을 찾기 위해 여러 가설을 세웠고, 안셀 키스는 그 중 하나로 "포화지방이 혈중 콜레스테롤을 높이고, 심장병의 원인이 된다"는 이론을 제안했습니다.

그는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7개국 연구(Seven Countries Study)'를 진행했고, 이 연구는 미국 정부의 식생활 가이드라인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1977년 미국은 지방 섭취를 줄이라는 권고를 공식화했고, 이후 전 세계적으로 저지방 식단이 건강한 식사로 받아들여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정말 데이터를 조작했는가?

그에 대한 가장 대표적인 비판 중 하나는 다음과 같습니다.

"그는 자신에게 유리한 7개국만 선택해서 데이터를 왜곡했다."

 

이는 그가 처음에 약 20개 국가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그 중에서 7개국만을 최종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는 사실에 근거한 주장입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그가 "지방과 심장병의 상관관계를 보여주기 위해 데이터를 선별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이 비판은 다음과 같은 점에서 반박될 수 있습니다:

  1. 1950~60년대에는 모든 국가에서 신뢰할 만한 식이조사, 콜레스테롤 수치, 심장병 사망률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 불가능했습니다. 키스는 그중 비교적 자료가 안정적이고, 현장 조사가 가능한 국가를 선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2. 그는 단순히 통계만 뽑은 것이 아니라, 현지에 조사팀을 보내 직접 식단을 조사하고, 생화학적 수치를 측정하며 장기간 추적한 코호트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3. 이후의 후속 연구에서도 포화지방과 심장병 사이의 관련성이 부분적으로는 확인되었으며, 그의 결론이 완전히 근거 없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즉, 데이터의 선택은 "왜곡"이 아니라 "현실적 제약과 연구 설계상의 선택"이었습니다.

 


왜곡된 것은 오히려 그 이후의 정책이었다

안셀 키스는 단지 포화지방만을 문제 삼은 것이 아닙니다. 그는 전체적인 서구형 식단(고지방, 고열량, 고단백)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고, 지방이 아니라 칼로리 과잉과 불균형에 주목했습니다. 하지만 그의 메시지는 이후 단순화되어:

"포화지방 = 나쁘다, 식물성기름 = 좋다"라는 2분법적 프레임으로 변질되었습니다.

 

이 단순화된 메시지는 정책 당국과 식품 산업에 의해 퍼졌고, 그 결과 지방은 줄였지만 설탕과 정제 탄수화물은 폭증하게 됩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비만, 대사증후군, 당뇨병의 유행이 시작되었다고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안셀 키스가 틀렸다고 말하기 전에, 우리가 그의 메시지를 얼마나 왜곡해서 받아들였는지를 먼저 되돌아봐야 합니다.


시대의 한계 속에서 그는 최선을 다한 과학자였다

1950년대는 지금처럼 유전체 분석이나 면역세포 프로파일링, 대사체 분석이 가능하지 않던 시대였습니다. 지금의 잣대로 그를 평가한다면, 우리는 과거의 모든 과학자를 비난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더욱이 그가 살던 시대는 지금보다 감염병의 부담이 컸고, 위생 환경도 열악했습니다. 당시에는 오히려 포화지방이 면역을 자극하고 감염 방어에 도움을 줄 수도 있었던 환경이었습니다. 하지만 현재는 감염이 아닌 만성염증과 대사질환이 주된 건강 이슈이므로, 같은 지방이라도 다르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즉, 영양소의 효과는 시대, 환경, 감염률, 식단 구성에 따라 달라집니다.

 


포화지방은 진짜 문제인가?

지금은 포화지방이 무조건 나쁘다고 보지 않는 것이 중론입니다. 실제로 많은 연구들이 포화지방과 심장병의 직접적 인과관계를 입증하지 못하고 있으며, 중립적이거나 상황 의존적인 결과도 많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포화지방, 특히 팔미트산(palmitic acid)선천면역의 TLR4 수용체를 자극하여 염증 반응을 유도할 수 있음이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비만이나 대사장애 상황에서는 이 자극이 더 큰 문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게다가 최근에는 식물성 기름, 특히 오메가-6 지방산(리놀레산 등)이 산화되어 oxLDL(산화 LDL)을 만들고, 이 산화 지질이 심혈관 질환의 직접적 원인이 된다는 연구도 많습니다.

 

결국, 포화지방이냐 불포화지방이냐의 싸움이 아니라,

산화되지 않은 지방을 적절한 비율로 섭취하고, 가공된 탄수화물과 당을 줄이는 식단이 핵심입니다.

 


결론: 우리는 너무 쉽게 단죄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안셀 키스는 그 시대에 주어진 데이터와 기술 속에서, 미국의 심장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진심으로 고민한 과학자였습니다. 그가 일부를 보았을 수는 있지만, 그것이 악의적인 조작이나 선동은 아니었습니다.

우리가 그를 오늘의 관점으로 비난한다면, 앞으로 우리의 이론도 언젠가 똑같은 비판을 받을 수 있습니다. 과학은 진화합니다. 이론은 확장되거나 폐기되기도 합니다. 중요한 것은 당시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와 그 과정에서 남긴 교훈입니다.

과학은 진실이 아니라, 끊임없는 수정의 과정입니다.


맺으며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안셀 키스를 탓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가 남긴 한계와 실패를 교훈 삼아,

  • 식단을 단순한 이분법으로 나누지 않고,
  • 환경과 시대에 따라 달라지는 맥락을 이해하며,
  • 정제된 탄수화물, 과다한 당, 산화된 지방의 위험성을 더 정확히 인식하는 것,

그것이 오늘날 우리가 가야 할 길입니다.

안셀 키스는 틀렸던 것이 아니라, 당대의 틀 안에서 문제를 풀고자 했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를 비난하는 대신, 우리는 더 나은 해석과 더 겸손한 과학을 향해 나아가야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은 고지혈증에 아주 좋은 약들이 많이 나왔습니다. 그래서 이 약으로 인하여 오메가-3 조차도 효과가 없어지는 세상입니다. 그러므로 지금은 보다 기본에 충실해서 왜 포화지방산이 건강에 안 좋고, 왜 불포화지방산을 추천했는지 자세히 공부하는 것이 더 낫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