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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설탕을 끊지 못하는 건 당신 탓이 아닐 수 있다

by 면역이야기 2025. 8. 23.

 

요즘 “설탕 중독”이라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설탕을 먹지 않겠다고 다짐해놓고, 어느새 단 음료를 들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때마다, 우리는 자신을 탓합니다. "왜 난 이렇게 의지가 약하지?" 하지만, 정말 그게 전부일까요?

실은, 당신의 혀가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당신의 단맛 감각이 남들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단맛을 잘 못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

단맛을 얼마나 민감하게 느끼는지는 사람마다 다릅니다. 마치 어떤 사람은 향수 한 방울에도 머리가 아픈데, 또 어떤 사람은 진한 향을 좋아하는 것처럼요. 과학자들은 '단맛 민감도(sweet taste sensitivity)'라는 개념으로 이 차이를 설명합니다.

연구에 따르면, 단맛을 잘 못 느끼는 사람들은 같은 음식에서도 덜 달게 느낍니다. 그래서 더 많은 설탕이 들어간 음식을 찾아 헤매게 됩니다. 이런 사람들에게는 우리가 "충분히 단 음식"도 그다지 만족스럽지 않게 느껴지는 것이죠.

 

단맛에 민감한 사람은 너무 단 맛의 음식을 먹으면 기분이 나빠집니다. 뭔가 쓴 것을 먹었을 때와 비슷한 감정을 느낍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TV 등에서 정제당을 먹지 말아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아마도 단맛에 예민한 사람들이라서 단맛 자체를 별로 안 좋아하는 사람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왜냐하며 그들의 식단은 지나치게 단백한데, 대개 그런 식단은 맛이 없어서 일반인들은 좋아하지 않는데 그것을 먹는 사람들은 그 정도면 충분한 맛을 느끼기 때문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단맛에 둔감할수록 더 달게, 더 많이 먹는다

1995년 미국의 한 연구에서는 단맛에 둔감한 사람들이 설탕을 더 많이 섭취한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같은 음료를 마셔도 "달다!"라고 느끼는 사람과 "별로 안 단데?"라고 느끼는 사람이 있었고, 후자의 경우는 더 많이, 더 자주 단 음식을 찾았습니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단맛 수용체 유전자의 차이(TAS1R2, TAS1R3)에 따라 설탕 섭취량이 달라진다는 결과도 나왔습니다. 유전적으로 단맛을 잘 못 느끼는 사람들이 실제로 더 많은 설탕을 먹는 경향이 있었던 것입니다.

결국, 단맛을 못 느끼면 더 달게 먹게 되고, 그만큼 설탕 섭취량도 늘어나게 됩니다. 의지가 약해서가 아니라, 뇌가 만족을 못 느끼기 때문입니다.


'보상적 섭취'라는 생존 전략

우리의 뇌는 맛을 느끼는 정도와 만족감을 연결시켜 놓았습니다. 단맛을 약하게 느끼면, 포만감도 줄어들고 보상도 약해지죠. 그래서 더 많이 먹어야만 '먹었다'는 느낌을 받게 되는 것입니다. 이것을 '보상적 섭취(compensatory eating)'라고 합니다. 아주 자연스러운 생리 반응입니다.

이러한 감각 둔감성은 실제로 비만이나 당뇨병과도 관련이 있다는 연구들이 있습니다. 즉, 단맛을 덜 느끼는 사람이 단 음식을 더 먹고, 그로 인해 건강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주의할 것은 최근 음식이 너무 칼로리가 높아서 쉽게 칼로리 과잉이 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특히 단짠단짝이 위험한 식습관 

우리는 단맛만 좋아하는 게 아닙니다. 달콤한 음식에 짭짤함과 기름짐이 더해진 ‘단짠단짝’ 조합은 뇌에 더욱 강한 쾌락 신호를 보냅니다. 단맛 하나만으로는 부족한 자극이 소금과 지방이라는 감각 자극과 결합되면, 뇌는 이 조합을 ‘보상 3종 세트’로 인식하게 됩니다.

이처럼 단맛에 둔감한 사람들이 단 음식을 더 찾게 되는 현상은, 단맛만이 아니라 짠맛이나 기름진 감칠맛까지 함께 결합되었을 때 훨씬 더 맛을 강하게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보자면:

  • 달콤한 간장치킨
  • 단짠 바베큐 소스
  • 설탕 뿌린 버터 팝콘
  • 초코와 카라멜이 들어간 짭짤한 스낵바

이러한 음식은 단순히 단맛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복합적인 중독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실제로 실험 연구에서도 단맛과 짠맛을 결합한 식품은 단맛만 있는 식품보다 더 많이 먹게 되는 경향이 있다는 결과가 있습니다.


왜 이런 조합이 더 위험할까?

‘단짠단짝’ 조합은 단맛에 둔감한 사람에게 특히 위험합니다.
왜냐하면:

  1. 단맛에 만족하지 못하니, 더 자극적인 조합을 찾게 되고
  2. 짠맛과 지방이 더해지면 음식의 칼로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며
  3. 섭취 후 포만감보다 쾌감이 우선되는 섭취 패턴이 고착되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바로 뇌가 학습하는 방식입니다. 혀는 적응하고, 뇌는 보상을 기억합니다. 이때 단맛에 둔감한 사람일수록 더 강한 조합, 더 많은 칼로리, 더 빈번한 섭취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할까?

그렇다면 우리는 운명처럼 설탕에 끌려다녀야 할까요?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자신의 단맛 민감도가 낮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만으로도 큰 변화가 시작됩니다. 아래의 몇 가지 전략은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 단맛 외의 만족 포인트 찾기: 바삭한 식감, 따뜻한 온도, 향기 등 다른 감각 자극을 활용해보세요. 단맛 외에도 뇌는 만족할 수 있습니다.
  • 자책은 금물: 단맛에 끌리는 건 나약해서가 아니라 생리학적인 이유가 있을 수 있다는 걸 기억하세요.

제 생각엔 조금씩 건강한 음식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조금 더 식이섬유가 풍부한 음식을 선택하고 조금씩 항염작용이 있는 식품을 섭취하는 것이 좋고, 가능하면 칼로리가 높은 음식을 조금씩 줄이는 것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을 정제당, 빵, 밀가루, 떡을 줄이라는 다어어트 구루의 말은 염두에 둘 필요는 있지만, 사실 완전히 줄여야 할 과학적인 이유도 막상 없다는 점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정제당이나 정제밀가루를 줄이는 것보다 식이섬유가 풍부한 음식을 골라서 식단에 추가하는 것입니다. 정제당을 줄이도록 노력할 필요는 있지만 완전히 제거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단백질이 부족하면 그 부족한 것을 채우기 위해서 음식이 먹고 싶어진다고 한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그래서 배고플때 가능하면 단백질이 풍부한 간식 (육포 같은 것)을 선택하시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사실 강아지를 키우는 것을 보면, 강아지는 간식을 먹어도 사람보다 훨씬 건강한 것을 먹죠.  

 

 

단백질 간식은 탄수화물을 먹고 싶다는 욕망을 줄여줍니다.

결론: 당신의 입맛은 단지 다를 뿐입니다

우리는 누구나 다르게 태어났습니다. 단맛을 강하게 느끼는 사람도 있고, 거의 느끼지 못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당신이 설탕을 끊지 못하는 것이 단순한 '의지력 부족' 때문만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당신의 혀가, 혹은 유전자가 그렇게 느끼게 만든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다음번에 단 음식을 찾는 자신을 탓하기 전에, 이렇게 말해보세요.

“아, 내가 단맛을 좀 덜 느끼는 체질이라 그렇구나.”
그리고 조용히, 천천히 조절하는 방법을 찾아가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