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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면역

인류가 완전히 극복한 전염병이 천연두 뿐인 이유

by 면역이야기 2025. 7. 24.

인간을 괴롭히는 바이러스는 많습니다. 그런데 특이하다면 특이한 게, 인간이 박멸한 바이러스는 딱 하나 밖에 없습니다. 바로 천연두죠. 그런데 왜 천연두는 박멸이 되는데 다른 바이러스는 박멸하지 못하고 있을까요? 

박멸이라는 기적과 그 뒷이야기

천연두(smallpox)는 수세기 동안 인류를 괴롭혀온 가장 치명적인 전염병 중 하나였습니다. 천연두가 아메리카 원주민들에게 얼마나 큰 상처를 주었거나, 남미의 사람들에게 얼마나 큰 상처를 주었는가는 총균쇠 같은 책에 자세히 나옵니다.

콜롬부스의 아메리카에서의 원주민과의 첫 만

 

설사 살아나도 얼굴에 깊은 흉터를 남기고, 시력을 잃게 하며, 많은 이들의 목숨을 앗아간 이 바이러스는 인류 역사상 최초로 ‘완전히 박멸된 전염병’이라는 기록을 남겼습니다. 이는 단지 한 감염병의 퇴치가 아니라, 인류가 과학과 협력을 통해 자연의 위협을 통제할 수 있음을 입증한 역사적 사건이기도 합니다.


천연두는 얼마나 치명적이었나?

천연두는 variola virus에 의해 발생하며, 공기 중 비말을 통해 전파됩니다. 발열, 두통, 전신 통증과 함께 피부에 전형적인 농포성 발진이 발생하는데, 이 발진은 점차 진물과 딱지로 변하며 깊은 흉터를 남깁니다.

 

가장 치명적인 형태인 Variola major는 사망률이 평균 30%에 달했습니다. 역사적으로는 수백만 명이 사망했고, 20세기 초까지도 매년 200만 명 이상의 생명을 앗아갔습니다. 더 나아가 생존자 가운데 30%는 실명하거나 중증의 후유증을 겪었으며, 특히 아이들과 임산부에게 치명적이었습니다.


백신이라는 용어의 발전

1796년, 영국의 에드워드 제너는 우두(cowpox)에 걸린 젖 짜는 여성이 천연두에 면역력이 있다는 사실에 착안하여, 8세 소년에게 우두를 접종하는 실험을 실시했습니다. 이때 만들어진 것이 바로 세계 최초의 백신(vaccine)이며, 백신이라는 용어 자체도 우두(라틴어 vacca, 소)에서 유래하였습니다. 제너는 이 과정을 설명하며, 우두 바이러스를 ‘vaccinia’, 즉 소에서 유래한 것이라 불렀습니다. 라틴어에서 ‘소’를 뜻하는 단어가 vacca입니다. 그는 1798년에 자신의 논문에서 이 예방 접종법을 "vaccination"(우두법, 백신 접종)이라 불렀습니다.

 

그런데 백신 vaccine 이라는 단어 자체는 이후 19세기 후반, 루이 파스퇴르(Louis Pasteur)는 광견병(rabies)에 대한 예방 접종을 개발하면서, 제너의 업적을 기리며 이 접종법 역시 "백신(vaccine)"이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이로 인해, 오늘날 "vaccine"은 특정 바이러스에 관계없이 모든 예방 접종을 의미하는 일반 명사가 되었습니다.

 

 

 

백신의 탄생과 박멸로 가는 길

20세기 중반, 세계보건기구(WHO)는 천연두 박멸 계획(Smallpox Eradication Program)을 수립하고, 전 세계적으로 백신 보급과 접종을 본격화했습니다. 특히 1967년부터는 “접촉자 중심 격리 및 접종(ring vaccination)” 전략을 통해 지역 감염 고리를 끊는 방식으로 확산을 차단했습니다.

마지막 자연 감염 사례는 1977년 소말리아의 알리 마아오 말린(Ali Maow Maalin)이라는 청년이었습니다. 이후 1980년, WHO는 천연두의 전 세계적 박멸을 공식 선언했습니다.


천연두 박멸의 역사적 의의

천연두는 인류가 과학적 개입을 통해 완전한 박멸에 성공한 첫 번째 전염병입니다. 이 사실은 질병과 싸우는 인간의 노력에 대해 매우 중요한 교훈을 제공합니다.

 

천연두 박멸이 가능했던 특별한 조건

천연두의 박멸은 우연이 아닌 여러 과학적·생물학적 조건이 잘 맞아떨어졌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특징 설명
동물 숙주가 없음 천연두는 인간만을 감염시킵니다. 동물 저장소(reservoir)가 없어 인위적인 백신 개입만으로도 전파 고리를 끊을 수 있었습니다.
뚜렷한 증상 발진과 고열이 특징적이어서 감염자를 쉽게 식별하고 격리할 수 있었습니다. 무증상 감염이 거의 없습니다.
효과적인 백신 존재 우두 백신은 천연두에 대해 강력한 면역을 유도하며, 상대적으로 보관·접종이 쉬웠습니다.
감염력은 높지 않음 인플루엔자나 홍역에 비해 천연두의 전파력(R₀)은 상대적으로 낮아, 감염자만 효과적으로 차단해도 확산을 억제할 수 있었습니다.
감시와 접촉자 추적 전략 WHO는 단순 대량 접종이 아닌, 접촉자 추적 및 국지적 대응(ring containment)을 통해 효율적 자원 운용에 성공했습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천연두는 사람만 걸리는 바이러스 이라는 것입니다. 광견병은 개만 걸리는 것이 아니라 다른 많은 개과 동물이 걸리기 때문에 그 모든 개체를 찾아서 박멸하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천연두는 사람만 걸리기 때문에 박멸할 가능성이 높았으며, 특히 천연두의 뚜렷한 증상 때문에 사진 몇장 가지고 다니면서 유사한 증상을 가진 사람들을 찾아내는 것이 가능해서 선진국 뿐만 아니라 인도와 같은 나라에서도 쉽게 천연두의 감염비율을 낮출 수가 있었던 것입니다.

 

불행히도 이와 같은 바이러스가 거의 없어서 앞으로 다른 바이러스를 박멸하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1. 사회·경제적 성과

  • 천연두 박멸은 매년 수백만 명의 생명을 구했으며, 의료비, 입원비, 백신 생산비, 격리 비용 등의 직간접 의료 비용 절감 효과는 수십억 달러에 이릅니다.
  • 특히 개발도상국에서는 백신 보급으로 영유아 생존율이 비약적으로 향상되었고, 인구통계학적 전환점의 중요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 유엔에 따르면, 박멸 이후 매년 약 20억 달러 이상의 경제적 손실을 방지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2. 정치적·보건 협력의 상징

  • 냉전 시대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소련이 함께 천연두 백신과 기술을 공유한 사례는 국제 보건 협력의 모범으로 꼽힙니다.

오늘날 천연두는 정말 끝났을까?

천연두는 자연 상태에서는 사라졌지만, 여전히 일부 연구소(미국 CDC, 러시아 VECTOR)에 생물학적 샘플이 보관되어 있으며, 이로 인해 생물테러 위험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습니다. 합성 생물학의 발전으로 인해 천연두 바이러스 유전자 정보를 바탕으로 실험실에서 복원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또한 천연두 백신을 맞지 않은 세대가 늘어남에 따라, 미래에 재출현할 경우 치명률은 다시 과거 수준에 가까워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런데 왜 천연두 백신을 맞지 않을까요? 미리 맞으면 앞으로 설사 천연두가 실수로 복원된다고 해도 문제가 없을텐데 말입니다. 그것은 아주 간단한데, 과거의 백신들 중에 일부는 백신에 의해서 사람이 죽을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대충 전통적인 생백신은 1백만 명당 1명 정도가 죽는다고 되어 있습니다. 이것이 매우 안전하기는 하지만, 우리나라 인구 전부 접종하면 50명 정도는 죽는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백신은 함부로 접종하지 못합니다. 그리고 아마도 고위험 감염자나, 면역억제자 같은 사람들은 백신접종이 금기인데, 그와 유사한 사람이 접종 받으면 치사율이 증가할 겁니다.


천연두 백신, 원숭이 두창에도 85%의 예방 효과를 가짐

천연두의 박멸은 단지 질병의 종식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인류가 협력하고, 과학을 신뢰하며, 전략적으로 자원을 투입할 때 불가능해 보이는 일도 성취할 수 있다는 증거입니다. 오늘날 코로나19, 원숭이두창, 인플루엔자 팬데믹에 직면한 우리는 다시 이 교훈을 되새겨야 할 때입니다.

 

두 바이러스는 같은 바이러스 과(科)에 속합니다. 예를 들어 천연두: Variola virus, 원숭이두창: Monkeypox virus 둘 다 Orthopoxvirus 속(Poxviridae과)에 속합니다. 이로 인해, 한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이 다른 바이러스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교차 보호(cross-protection) 효과를 발휘할 수 있습니다.

 

 

전통적인 천연두 백신은 원숭이두창에 대해 약 85%의 예방 효과를 가지는 것으로 보고되었습니다. 이는 과거 아프리카 풍토지역에서 백신 접종자와 미접종자의 감염률 비교에서 확인된 수치입니다.

 

그래서 최근에 Mpox에 대해서 천연두 백신을 사용할 수도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mpox가 사실은 원숭이에게서 유래한 것이 아니라, 지금은 그냥 mpox 라고 부르는 것이 더 올바른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Mpox, cc CD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