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 조기 진단의 두 얼굴 ― ‘말뫼 이야기’로 보는 과잉진단의 역사
“일찍 찍으면 반드시 살린다.”
1980 년대 스웨덴 말뫼(Malmö)에서 시작된 대규모 무작위 임상시험은 이 구호에 학계적 권위를 더해 주었습니다. 그러나 40 여 년이 지난 지금, 말뫼 연구는 과잉진단(over-diagnosis) 논쟁의 표본으로 더 자주 언급됩니다. 왜 이런 반전이 일어났을까요?
우선 많은 사람들은 조기 진단으로 암을 발견하면 무조건 이익이지 무슨 문제가 있냐고 생각합니다. 사실 몇년전만 해도 이러한 시각을 가진 사람 참 많이 보았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암의 진단에 오류가 많고, 암이 진단되면 결국 치료를 해야 하는데, 그 결과 상당히 심각한 부작용을 가지고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무시한 판단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래도 암을 조기 진단하는 것이 조금이라도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그런데 막상 자료를 살펴보면 의외로 그렇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것을 밝히기가 사실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었습니다. 이것은 예를 들어, 인구의 절반이 무조건 조기검진을 하고 절반은 조기진단을 하지 않는 그런 환경이어야 하는데, 대개 장기간에 걸쳐서 사람들은 한 지역에서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고, 진단을 받기도 하고 안 받기도 하고 적절한 장소를 찾기도 어렵고, 사실 초기에 진행한 임상시험은 그 진행과정에서 많은 오류가 발생했기 때문에 이러한 자료를 얻을 수가 없을 수도 있을 뻔 했는데, 스웨덴의 말뫼에서 드디어 성공하게 됩니다.
말뫼 시험은 무엇이었나?
- 1976 년부터 54 000여 명(45–69세 여성)을 개별 무작위로 격년(2년마다) 유방촬영술에 배정했습니다.
- 초기 발표(1984)는 “사망률 24 % 감소”라는 화려한 헤드라인을 남겼습니다.
- 하지만 15년 추적 결과, 연구진은 “과잉진단 10 %”를 직접 관찰했다고 보고합니다.PMC
- 즉, 스크리닝군에서 확인된 암 10명 중 1명은 평생 임상 증상을 일으키지 않았을 병변이었다는 뜻입니다.
덴마크의 비판적 연구자 피터 괴체(P. Gøtzsche)는 말뫼·스웨덴 두카운티 등 스칸디나비아 시험들을 재분석하며 “감소 효과는 과장됐고, 과잉진단은 축소됐다”고 주장했습니다. 그의 비판은 오늘날 코크란 리뷰와 세계 각국 가이드라인에 깊은 영향을 남겼습니다.
말뫼의 임상시험에 대한 의사들의 착각
많은 사람들은 당시의 기사를 착각했던 기억이 납니다. 당시 맘모그래피 진단이 문제가 많다는 식으로 나왔는데, 그것이 내용으로는 조기검진의 과잉진단 문제였는데, 우리나라 거의 대부분의 의사들은 유방촬영술(맘모그래피)의 위양성 문제로 착각해서 그 장치는 원래 그렇게 위양성이 많다고 말하고 여전히 조기검진의 중요성을 지적하고는 했습니다. 특히 지금 기억이 맞다면 홍혜걸 기자도 그런 표현을 한 것으로 기억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착각입니다. 암진단은 맘모그래피만으로 하는 경우는 없습니다. 그 다음 결국 조직검사로 이어지게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이것은 암진단 자체에 대한 문제였던 것입니다. 아마도 그 당시에 우리나라는 예방의학 전문가가 별로 없었는지 아니면 최소한 교양 과학서적이라도 열심히 읽었다면 알 수 있는 이야기 임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잘못된 해석이 즐비했고, 특히 이러한 해석은 오늘날에도 줄어들지 않아서 youtube에서 쉽게 볼 수 있습니다.
과잉진단이란 무엇인가?
과잉진단은 “조기 검진으로 ‘암’이라는 꼬리표를 달았지만, 생애 동안 증상이나 사망으로 이어지지 않을 병변”을 말합니다. 대표 예는 저등급 관상피내암(DCIS) 및 세포 분열 속도가 매우 느린 작은 침윤성 종양입니다.
- 메타분석(2023) : 40세 이상 여성에서 과잉진단 12.6 % 추정PubMed
- 캐나다 25년 무작위시험 : 22 % (1명 생존 개선당 1.3명 과잉진단)TIME
- 코크란·영국 관찰 연구 : 프로그램 운영 방식에 따라 **30–50 %**까지 보고PMC
과잉진단은 리드타임 편향(발견 시점만 앞당겨 ‘생존 기간’이 길어 보이는 착시)과 길이 편향(느리게 자라는 종양이 검진에 더 잘 잡히는 현상) 탓에 과소평가되기 쉽습니다. 사실 이 개념이 곤도 마코토의 착한암과 나쁜 암의 개념과 일맥상통하는데, 우리나라 youtube에서 곤도 마코토 비평하는 사람들은 최소한 이러한 역사를 알아야 하는데 보면 전혀 모르고 현대과학의 우수성만 이야기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것은 좀 잘못된 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과잉진단이 왜 문제인가?
- 불필요한 치료 ― 저등급 DCIS라도 ‘암’이라는 이름만으로 전절제·방사선·항호르몬 치료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
- 삶의 질 손상 ― 유방 절제·방사선 피부염·항암 부작용, 그리고 ‘암 환자’ 낙인에 따른 불안.
- 보건 자원 낭비 ― 과잉진단·과잉치료에 투입된 비용은 고위험군 정밀검사·약제 지원을 갉아먹습니다.
말뫼 추적 보고는 “검진군의 사망 감소치는 생각보다 작았고, 과잉진단이 장기적으로 남긴 부담이 무시하기 어렵다”는 교훈을 던졌습니다.
현재 가이드라인은 어떻게 바뀌었나?
USPSTF 2024 | 40–74세 격년(2년마다) 촬영, B등급 | “주요 위해 요소 중 하나”로 명시, 정확한 규모 추정 불확실 |
IARC 2023 | 50–74세 2년 주기 권고, 40대는 근거 불충분 | “과잉진단·과잉치료를 상쇄할 확실한 사망 감소 증거는 50대 이상에서만 명료” |
영국 NHS | 50–70세 3년 주기 초청, 40대 연구 중 | 프로그램 자료집에 “검진 1000명당 유방암 사망 1명 예방, 3–6명 과잉진단” 안내 |
요점은 “모두에게 연 1회 검진” 기조에서 벗어나 연령·위험 기반 선별과 검사 간격 늘리기로 방향이 이동했다는 점입니다. 특히 40대의 암진단에 대해서 부정적인 의견이 많습니다.
말뫼 이후 우리가 배운 것
- 사망 감소 폭은 생각보다 작다
스웨덴·캐나다·미국 시험 모두 “검사 1000명당 1~2명 생존 개선” 선에서 수렴합니다. - 과잉진단은 구조적이다
기술을 아무리 정교하게 바꿔도 ‘느린 거북이 암’이 검진에 먼저 걸리는 현상은 쉽게 사라지지 않습니다. - 공포 마케팅은 숫자를 숨긴다
상대위험(25 % 감소)만 강조하면, 절대혜택(0.1 %포인트, 즉 1000명이 진단해서 1명이 도움을 받음)을 환자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 개인화가 답이다
가족력·BRCA1/2·치밀유방 여부에 따라 MRI·초음파·유전자 검사 같은 맞춤형 검진이 필요합니다.
‘말뫼가 남긴 숙제’
말뫼 시험은 한때 “조기 발견=생존”이라는 구호의 근거로 인용됐습니다. 그러나 긴 시간을 두고 보니 ‘조기 발견이 불러온 과잉진단과 과잉치료’ 또한 분명한 현실이었습니다. 이 역사는 우리에게 세 가지 질문을 남깁니다.
- 내 나이·가족력·유전적 위험은 어느 정도인가?
- 검진으로 얻을 ‘절대적 생존 이득’이 과잉진단·부작용보다 큰가?
- 검사를 한다면, 결과에 따라 ‘감시’와 ‘치료’ 사이에서 유연하게 움직일 체계를 갖추었는가?
과잉진단을 두려워해 검진을 전면 거부할 필요도, “찍으면 무조건 안심”이라는 오래된 믿음에 기대어 마음을 놓을 이유도 없습니다.
말뫼 이야기는 조기 진단의 빛과 그림자를 동시에 보여 줍니다.
오늘도 인터넷에서는 암은 조기진단이 중요하다고 말하는데, 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립니다. 적당한 진단시기가 있고, 사실 이제는 이러한 것이 가이드라인에 반영되고 있다는 점은 반가운 일이기는 하지만,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는 근본 원인은 면역항암제나 표적치료제를 사용할 수 없는 암이라면 암치료가 막상 크게 도움이 되지 않아서, 과거처럼 근치요법 같은 것이 그다지 환자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아서 일 것입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여러가지 면역항암제와 다양한 표적치료제가 있고 또 연구되므로 오늘의 risk analysis가 내일도 적용된다는 것은 아닙니다.
참고로 말뫼에 얽힌 이야기는 암, 만병의 황제에 아주 자세히 나옵니다. 아 이책 나온지 벌써 14년 지났네요. 참고로 저는 영문판을 구입해서 읽다가 영어가 딸려서 포기했었습니다. 그리고 길버트 웰치의 과잉진단에도 이와 관련된 내용이 자세히 나옵니다.
- 저자
- 싯다르타 무케르지
- 출판
- 까치
- 출판일
- 2011.07.11
참고
오래된 글이지만 과잉진단의 글 중에서 블로그 글로는 아래의 글이 아마 국내 최초글 중 하나일 겁니다.
과잉진단의 시대
슬슬 아파오기 시작하는 강아지 과연 어떻게 할까? - 과잉진단 많은 사람들이 강아지가 슬슬 나이가...
blog.naver.com
'생활면역'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암주변을 광범위하게 자르는 근치수술, 과연 효과적이었을까? (8) | 2025.07.19 |
---|---|
왜 혈우병환자는 에이즈에 걸렸나, 감염된 치료제 (5) | 2025.07.18 |
소아마비 백신의 비극, 백신 불신론의 시작 (5) | 2025.07.17 |
아이언 렁의 시대: 우리가 잊은 소아마비의 공포 (8) | 2025.07.16 |
“백신 속 수은” - 티메로살 이야기 (5) | 2025.07.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