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메리 포핀스
오늘날 굴뚝청소부는 종종 낭만적인 이미지로 소비되곤 합니다. 디즈니 영화 "메리 포핀스(Mary Poppins)"(1964)에서는 굴뚝청소부가 등장하며, 대표곡인 “Chim Chim Cher-ee”는 다음과 같은 가사로 유명합니다:
Chim chiminey, chim chiminey, chim chim cher-ee
A sweep is as lucky as lucky can be
굴 굴뚝, 굴 굴뚝, 굴 굴 굴뚝
굴뚝 청소부는 정말 운 좋은 존재지
이 노래는 굴뚝청소부의 삶을 '행운'과 연결해 묘사하지만, 실제 역사 속 아이들의 삶은 전혀 달랐습니다. 메리 포핀스의 이 장면은 오히려 노동 착취의 현실을 미화하거나 망각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본 글에서는 이 노래가 가리고 있는 굴뚝 청소부 아이들의 실상을 조지 브루스터의 사례를 중심으로 들여다보고자 합니다. (사실 아이들의 영화를 너무 사실적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조지 브루스터(George Brewster) 기념식
2025년 2월, 영국 케임브리지 근교의 조용한 마을 풀본(Fulbourn)에서 작은 기념식이 열렸습니다. 한때 정신병원이었던 빅토리아 하우스(Victoria House) 건물 앞에는 파란색 원형 명판, 이른바 '블루 플라크(Blue Plaque)'가 세워졌습니다. 그 주인공은 유명한 정치인도, 위대한 발명가도 아닌 11살의 소년, 조지 브루스터(George Brewster)였습니다. 그는 지금부터 150년 전인 1875년, 이곳에서 굴뚝을 청소하던 중 사망했습니다".
조지 브루스터는 영국에서 마지막으로 현장에서 사망한 '클라이밍 보이(climbing boy)', 즉 굴뚝 청소부 소년으로 기록됩니다. 당시의 굴뚝은 벽난로나 보일러의 연기를 배출하기 위한 구조물로, 매우 좁고 구불구불한 형태였습니다. 어른이 들어갈 수 없었기에, 청소는 주로 작고 말랐던 어린아이들이 맡았습니다. 이 아이들은 아침 일찍부터 청소 도구를 메고 거리로 나섰고, 굴뚝 안을 맨몸으로 기어오르며 검댕과 그을음을 손으로 긁어냈습니다.
이때 아이들은 굴뚝 안의 틈을 빠져나가기 위해 옷을 모두 벗고 작업에 들어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옷을 입고는 들어갈 수 없을 정도로 굴뚝이 좁았기 때문입니다. 맨살로 벽돌과 재, 날카로운 금속에 긁히면서도 어떤 보호 장비도 없었고, 겨울철에도 맨몸으로 굴뚝을 타야 했습니다. 이들의 몸은 항상 상처와 화상, 그을음으로 뒤덮여 있었고, 삶의 질은 영양 부족, 끊임없는 부상, 보호 장비 없는 위험한 노동 속에서 삶은 비참했습니다.
조지의 경우도 그러했습니다. 그는 당시 나이 제한을 어기고 고용되었고, 풀본 정신병원의 보일러 굴뚝을 청소하던 중 사망했습니다. 그의 죽음은 영국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고, 언론의 대대적인 보도와 여론의 분노가 뒤따랐습니다. 결국 조지를 고용했던 굴뚝청소부는 6개월간의 강제노동형을 선고받았으며, 이 사건은 아동 노동에 대한 강력한 규제를 이끌어내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습니다.
조지의 이야기는 수많은 아이들이 겪었던 고통의 단면에 불과합니다. 당시 굴뚝청소부 소년들은 대부분 고아이거나, 극빈한 부모에 의해 "청소부에게 팔려간" 아이들이었습니다. 이들은 생계유지를 위해 일찍부터 혹독한 노동에 내몰렸고, 인간으로서의 권리도 보호받지 못했습니다. 영국에서는 1875년에야 굴뚝청소에 아동을 고용하는 것을 전면 금지하는 법이 시행되었습니다. 그러나 그 전까지, 조지처럼 목숨을 잃은 아이들의 숫자는 정확히 집계조차 되지 않습니다.
기술의 발전이 오기전까지 지속된 착취
이 지점에서 우리는, 굴뚝 청소부 아이들의 비극이 단지 역사 속의 이야기로 끝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합니다. 그런데 한 가지 궁금증이 남습니다. 그렇다면 1875년 이후, 어린아이들이 금지된 뒤에도 도대체 누가 좁은 굴뚝을 청소했을까요?
실제로 19세기 후반부터는 굴뚝 청소 방식에 중요한 기술적 전환이 이루어졌습니다. 기존에는 사람이 직접 굴뚝을 기어올라 안쪽을 손으로 긁어내야 했지만, 이후에는 길이가 조절되는 유연한 막대기와 솔이 개발되어, 굴뚝 외부에서 밀어 넣어 청소하는 방식으로 점차 바뀌었습니다. 이 도구들은 청소부가 바닥에서 막대를 위로 밀어 넣어 굴뚝 안을 긁거나 쓸어내릴 수 있게 해주었고, 점점 더 복잡한 구조의 굴뚝도 다룰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한, 굴뚝의 설계 자체도 산업혁명 후 후기로 갈수록 변화합니다. 이전보다 직경이 넓어지고 직선적인 구조가 많아지면서, 성인이 굴뚝을 점검하거나 부분적으로 들어가 청소하는 것이 가능해졌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위험했기 때문에, 성인 청소부들은 도구와 보조 인력을 활용하여 굴뚝 외부에서 대부분의 작업을 수행하게 됩니다.
즉, 1875년 이후에는 청소 방식이 도구 중심으로 전환되었고, 아이 대신 성인이 장비를 이용해 청소하는 구조로 바뀌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이 전환은 점진적으로 이루어졌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불법적으로 아동이 고용되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는 아동노동을 규제한 법적 변화뿐 아니라, 기술 발달이 함께 맞물려 굴뚝 청소라는 직업 자체의 구조가 달라지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결국 굴뚝 청소에서 아동 착취가 가능했던 이유는 단지 탐욕이나 무지가 아니라, 그 일을 대체할 기술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아이의 작고 유연한 몸만이 가능한 노동이었기에, 법이 있어도 현실에서는 착취가 계속되었고, 기술적 대안이 등장하면서 비로소 아동이 그 일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이 사건은 기술이 없었기에 인권 침해가 계속될 수 있었던 상징적 사례입니다.
이들의 삶은 단지 가난하거나 위험한 것이 아니라, 의학적으로도 치명적이었습니다.
굴뚝 청소아이들에게서 발견된 암 (cancer)
1775년, 조지 브루스터가 사망하기 한 세기 전, 외과의사 퍼시벌 포트(Percivall Pott)는 굴뚝청소부 소년들 사이에서 특이한 형태의 암을 관찰합니다. 그것은 바로 음낭암(scrotal cancer), 석탄 타르와 같은 발암물질로 인해 음낭 피부에서 발생하는 피부암이었습니다. 퍼트는 이 소년들이 굴뚝 내부에서 일하며 석탄 타르(coal tar)와 같은 발암물질에 반복적으로 노출되었고, 특히 이 물질이 음낭 부위 피부에 지속적으로 닿는 데서 암이 발생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는 인류 역사상 최초로 특정 직업 환경이 암을 유발한다는 사실을 밝혀낸 사례로, 산업위생학과 직업성 질환 연구의 기점이 되었습니다.
굴뚝청소부 소년들은 그을음에 덮인 채 온종일 일하고도 제대로 씻을 수도 없었습니다. 연기와 재, 발암성 화학물질이 피부에 들러붙은 채 잠자리에 들었고, 이는 만성 염증과 세포 돌연변이를 유발하여 결국 고환암으로 이어진 것입니다. 당시에는 암의 원인을 바이러스나 유전이 아닌 환경에서 찾는다는 생각조차 희박했기에, 퍼시벌 포트의 관찰은 매우 혁신적이었습니다.
“조지의 비극적인 죽음은 더 나은 미래를 만들었습니다. 그를 잊지 맙시다.”
— Gavin Cater, 행사 참석자
“이것은 끝이 아닙니다. 조지 브루스터를 기리는 영구 추모비(permanent memorial)도 케임브리지 시내에 세울 예정입니다.”
— Joanna Hudson
기사 참고
Special occasion for chimney sweeping history
Special occasion for chimney sweeping history
Read our article Special occasion for chimney sweeping history on the website The Guild of Master Chimney Sweeps
www.guildofmasterchimneysweeps.co.uk
참고자료 1
굴뚝 청소부 아동 고용 연령 제한의 역사
1788년: 최초의 규제 (Chimney Sweepers Act 1788)
- 최소 연령: 8세
- 하지만 고용주의 동의만 있으면 가능했고, 실제로는 5세 이하 아이들도 사용되었습니다.
- 단속 체계가 없어 사문화된 법이었습니다.
1834년: 추가 규제 (Chimney Sweepers Act 1834)
- 최소 연령: 10세
- 등록제 도입, 의사의 건강 증명 요구
- 그러나 여전히 강제는 없었고, 현실 적용은 미미했습니다.
1840년: 주요 전환점 (Chimney Sweepers and Chimneys Regulation Act)
- 모든 아동의 굴뚝 등반(cleaning by climbing)을 전면 금지
- 그러나 많은 청소부가 법을 어기고 계속 아이들을 고용함
- 경찰의 단속과 실질적 처벌은 거의 없음
1875년: 결정적 조치 (Chimney Sweepers Act 1875)
- 조지 브루스터 사망 이후 제정된 법
- 16세 미만의 아동은 굴뚝 등반 자체를 금지
- 등록된 감독관이 없는 경우 아예 청소 금지
- 위반 시 형사처벌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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