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세포가 왜 포도당을 좋아할까요? 우리는 암세포는 포도당을 먹이로 사용하고 충분히 분해하지도 않고 계속 포도당만 먹는다는 인식이 있습니다. 이것을 와버그 효과라고 하는데, 일부 사람들은 바르부르크 효과라고도 합니다. 영어로 읽나 독일어로 읽나 그 차이입니다.
Warburg 효과에 대해서 간단히 정리해 보겠습니다.
산소가 충분한데 왜 암세포는 ‘숨을 안 쉴까?’ – 와버그 효과란 무엇인가
우리 몸의 대부분의 세포는 포도당을 분해해 에너지를 만드는 과정을 거칠 때, 산소를 이용해 효율적으로 ATP를 생산합니다. 이것을 산화적 인산화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하나 있습니다. 암세포는 산소가 충분히 존재하는 상황에서도 마치 산소가 부족한 세포처럼, 포도당을 해당작용(glycolysis)이라는 비교적 원시적인 방식으로 처리하고, 결과적으로 많은 양의 젖산(lactate)을 만들어냅니다.
이 현상을 처음 발견한 사람은 독일의 생화학자 오토 와버그(Otto Warburg)였고, 그의 이름을 따 ‘와버그 효과(Warburg effect)’라고 부르게 되었습니다.
정상세포와는 전혀 다른 암세포의 전략
정상세포는 산소가 충분하면 대부분 미토콘드리아를 통해 포도당을 이산화탄소와 물로 완전히 분해하고, 그 과정에서 약 36개의 ATP를 생산합니다. 하지만 암세포는 단지 2개의 ATP밖에 생산하지 못하는 해당작용에 의존합니다. 즉, 매우 비효율적인 방식을 택하고 있는 것입니다.
왜일까요?
알아두면 암이 포도당을 먹으니까, 포도당을 섭취하지 않아야 한다는 헛소리를 예방할 수 있습니다.
와버그 효과가 나타나는 이유
현대 생화학은 암세포가 굳이 비효율적인 대사 경로를 사용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세포분열을 위한 재료 확보
해당작용의 중간대사산물은 ATP만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핵산, 아미노산, 지질 합성에 필요한 원료가 되기도 합니다. 즉, 에너지보다는 세포 복제의 재료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 전략입니다. 다시 말해서 원래 빠르게 성장하는 세포는 해당과정을 돌리고 나머지는 성장에 필요한 물질을 만드는데 사용합니다. 그래서 이것은 당연한 겁니다.
예를 들어 산에서 나무를 해가지고 와서 장작으로 사용할 수도 있지만 집을 만들때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왜 산에서 나무 해온 것으로 장작을 안 만들고 집을 만드냐고 묻는 것이나 다를 바가 없습니다.
저산소 환경 적응
종양의 내부는 산소가 부족한 경우가 많습니다. 미토콘드리아에 의존하지 않는 방식은 이러한 환경에서 유리한 생존 전략이 됩니다.
산화 스트레스 회피
미토콘드리아는 ATP를 만들면서 활성산소(ROS)를 생성하는데, 이것은 DNA 손상이나 세포사멸의 원인이 됩니다. 암세포는 이를 피하기 위해 미토콘드리아 경로를 피하려는 경향을 보입니다.
와버그 효과는 단순한 신진대사 변화가 아니다
이 현상은 암세포만의 단순한 에너지 생산 방식의 변화가 아니라, 암의 생존과 성장 전략의 일부입니다. 이를 뒷받침하는 분자 수준의 메커니즘도 많이 밝혀졌습니다.
- HIF-1α: 저산소 상태에서 안정화되며 해당 유전자의 발현을 촉진합니다.
- MYC, AKT, mTOR 경로: 암세포의 성장과 대사 조절을 통합적으로 조절합니다.
- PKM2 (Pyruvate Kinase M2): 해당작용 속도를 조절하면서 세포 분열과 분화에 관여합니다.
임상에서의 응용: PET-CT는 와버그 효과 덕분에 작동합니다
암 진단에서 자주 쓰이는 PET-CT는 바로 이 와버그 효과를 이용한 것입니다. 암세포는 포도당을 많이 흡수하므로, 방사성 포도당 유사체(FDG)를 투여하면 암세포가 밝게 빛나면서 위치가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이는 와버그가 발견한 대사 특성이 현대의 정밀 진단 기술로 이어진 대표적인 예시입니다.
그러나 한 가지 의문: 와버그 효과는 암의 원인일까, 결과일까?
오토 와버그는 당시 암의 원인이 미토콘드리아 손상에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의 연구는 조금 다릅니다. 암세포의 미토콘드리아 기능은 대부분 유지되고 있으며, 산화적 인산화를 병행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따라서 와버그 효과는 암 발생의 결과이며, 암세포가 성장에 유리하도록 채택한 대사 전략으로 보는 것이 더 적절합니다.
그런데 와버그 효과 맞아? 암세포는 지방을 ‘먹기도’ 한다: 와버그 효과의 보완
전통적인 와버그 효과는 암세포가 산소가 있어도 해당작용을 통해 에너지를 생산하고 젖산을 만든다고 설명합니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관찰이 축적되면서 이 이론은 보완적인 시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아졌습니다.
- 일부 간암, 전립선암, 난소암, 삼중음성 유방암 등은 지방산 산화(FAO, Fatty Acid Oxidation)에 의존합니다.
- 암세포가 성장뿐 아니라 침습, 전이, 생존 회피를 위해 지방 대사 경로를 활성화한다는 연구가 늘고 있습니다.
[이엠디] ‘암세포 에너지원=지방산’ 세계최초 규명
국립암센터 김수열 박사팀, 노벨상 받은 와버그 박사의 학설 뒤엎는 발견 국립암센터 연구진이 암세포의 에너지원이 지방산임을 세계최초로 규명했다. 지금까지는 암세포가 포도당을 젖산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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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당을 줄이면 면역세포는?
여기서 중요한 사실이 하나 더 있습니다. 이러한 대사적 선택은 암세포만의 전략이 아닙니다.
우리 몸의 면역세포, 특히 T세포와 대식세포(macrophage)도 활성화될 때 비슷한 대사적 변화를 겪습니다.
정상 상태의 면역세포는 에너지를 절약하며 산화적 인산화를 이용합니다. 하지만 외부 자극(감염, 염증, 항원 자극 등)을 받으면, 즉시 해당작용으로 대사를 전환합니다. 이는 단순히 에너지 생산뿐 아니라, 면역세포가 빠르게 증식하고 사이토카인(cytokine)을 분비하며 병원체를 제거하기 위한 전략입니다.
예를 들어:
- 활성화된 M1 대식세포는 강력한 항균·항암 능력을 발휘하면서 와버그 효과에 가까운 고속 해당작용으로 전환됩니다. 참고로 M2 대식세포는 M1 대식세포처럼 다양한 물질을 만들어야 할 필요성이 없어서. 일반 세포처럼 포도당을 미토콘드리아에서 완전히 분해할 수 있습니다.
- 효과 T세포(effector T cell)는 인터루킨과 인터페론 등을 빠르게 분비하기 위해, 미토콘드리아 대사를 버리고 해당계에 의존하게 됩니다.
이러한 현상은 ‘면역세포의 와버그 효과’ 이라는 연구 분야로 확장되고 있으며, 현대 면역학에서 가장 활발히 연구되는 영역 중 하나입니다.
그러니까 다시 말해서 암세포 굶어죽이겠다고 탄수화물 먹지 않으면 면역세포도 힘을 쓰지 못한다는 말입니다.
사람은 면역 떨어지면 죽습니다. 굳이 암이 아니라도.
결국, 대사는 전략이다
이처럼 암세포든 면역세포든, 생존과 증식, 기능 수행이라는 목표 아래 에너지의 흐름을 새롭게 설계합니다. 와버그 효과는 단순한 기형적인 현상이 아니라,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생물학적 선택입니다.
우리는 질병과 싸우기 위해 면역세포의 대사를 강화해야 할 수도 있고, 반대로 암세포의 대사를 차단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핵심은 누가 포도당을 더 빨리, 더 전략적으로 쓸 것인가를 이해하는 데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면역세포를 활성화시키고 활용해서 항암을 해야 하는 것이지, 한 가지 과학적인 사실만 전부인양 믿으면 안 됩니다.
그리고 이미 암에 걸린 사람은 발암물질 먹는다고 큰 차이가 나지도 않습니다. 가장 좋은 것은 잘먹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세포독성항암제를 하시는 분은 잘 먹어야 합니다. 그래야 암세포가 더 빠르게 자라려고 하려다가 항암제에 의해서 잘 죽는 겁니다.
결론은 와버그 효과 이야기 하면서 암이 탄수화물이나 포도당 좋아하니까 암환자는 탄수화물 줄여야 한다는 사람을 만나면 일단 거르세요. 그리고 암이나 면역세포나 사실 에너지원이 바뀐다고 그것을 이용 못하는 것도 아닙니다. 암세포는 상황에 따라 매우 유연하게 에너지원을 선택하며, 반드시 와버그 효과만을 따르는 것은 아닙니다. 즉, 암세포는 "나무를 장작으로도, 집으로도, 심지어 가구로도 쓸 수 있는" 유연한 생존 전략을 가지고 있습니다.